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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두드리는 밤

시 쓰는 여행 가

by 지유

어느 해인가

눈 쌓인 올림푸스산에 올라

지중해에 절벽을 맡긴 안탈리아를 보았지


오늘은 지중해 유람선에서

여름 나절의 올림푸스산을 바라보았네


여러 겹의 생을 돌아

이 자리에 나를 다시 내려놓고

신이 부려놓은 유물들은

돌아갈 시대를 찾지 못해 길에 누웠나


집으로 돌아갈 필요가 없는 이는

부러우나

돌아갈 곳이 없는 이는

안쓰럽고 가여워라


저 달은 누군가의 휘어진 빗장뼈를 닮았구나

불 켜진 사원의 첨탑 위로

낚아채면 잡힐 듯한 손톱달이 빛나고


토로스 산맥을 두 번이나 넘고도

흔적을 남기지 못한 나는

여전히 생의 빗장을 열지 못했네


그해 어떤 이가 문의 이름을 물었지만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나는

이제서야 그 이름을 알게 되었네


누가 나를 위해 문을 열어주려나

하드리아누스의 문*에 달빛이 스미는 밤

한낮의 열기가 흐르는 바람 사이로

먼지처럼 홀로 거닐었네


*하드리아누스의 문 : 130년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의 안탈리아 방문을 기념해 건립한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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