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바람이 불면
호수에 비친 아파트는
깨진 창문 유리처럼 물결에 꽂혀
울렁울렁 반짝이는 모빌이 돼요
그토록 바라던 호숫가로 왔지만
나는 학원 가고 아빠와 엄마는 대출금 갚느라
아파트는 밤늦도록 저 혼자 빛나요
텅 빈 놀이터처럼
가족이란 이름도 단란이란 단어도
물결에 밀려
가장자리를 떠돌아도
우리 집은 굳건하게 호수 안에 있어요
물에 잠긴 뿌리가 보이지 않듯
물풀이 숨긴 사연과
창문 너머 이야기는
괜찮아요 가난처럼 고여있을 뿐
좋잖아요 한 번도 넘친 적이 없어요
어느새 잎이 돋아나고 나무는 키가 커요, 나처럼
배산임수, 뜻 모를 이 말은 얼마나 근사한지
옥수수보다 더 맛있을 것 같아요
호수 가운데 모여드는 오리처럼
언젠가 우리도 모일 날이 오겠죠
해피엔딩이 장래 희망입니다 만
아파트, 아파트, 오 나의 아파트는
찰랑찰랑 물살에 흔들릴 뿐
무너지진 않아요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 노래에서 따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