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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능소화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뜨거운 손길로 허둥대며

서툴게 그린 붉은 입술처럼

갈 곳 없이 넘치던

젊음처럼


물들어

저 꽃이 오늘도 흐드러지네


꽃이 졌다 다시 피는 날들처럼

사랑도 사람도 돌아오는

계절이 있다면


서툰 걸음도 어설픈 말투도

쉽사리 마음을 꺼내지 못하던

그 밤의 불빛도 기억나지만


돌아오는 길목을 찾지 못한 나는

능소화가 필 때면

꽃 핀 자리마다 헤매었네


어떤 이의 둥근 등을 눈길로 쫓다가

붉은 꽃눈이 저 혼자

흐려지는 순간이었나


두 사람을 배웅하다

혼자인 한 사람을 보는 꽃도

이제는 나를 못 알아보는지


그날의 능소화가 핀

대문 앞 낡은 모텔은

전주에 다시 와도 찾지 못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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