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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기월식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유난히 달빛이 환한 밤입니다

서로 다른 곳에서

같은 달을 보고 있을

누군가를 떠올렸습니다


아직 나의 달은 하얀빛이나

거기 당신의 달은

붉어졌습니까


구름 사이로 얼굴을

보였다가 감추는 보름달처럼

뒤척이는 당신의 마음이

도무지 흩어진 구름 같던 날도

달빛이 되어 따라옵니다


숲을 지날 때

나를 향해 뻗어오던 서늘한 기운과

달의 움직임을 따라

계절이 바뀌는 순간입니다


붉은 달이 뜨고 나면

내일의 바람도 꼭 쥔 주먹을

순하게 펴겠지요


모질던 햇빛도 어깨의 힘을 뺄 테고요

한낮의 열기가 하늘로 올라가

밤의 구름으로 풀어지는

풍경을 지켜보다


여물어야 할 곡식과 열매는

탈 없이 여물 것이고

풀어야 할 마음은 더 내려놓자고

혼잣말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미 끝난 이야기도

다시 시작되는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입니다



♤ 사진 출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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