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는 나의 대나무숲

긴 생각 짧은 글

by 지유


경북 예천에서 농촌활력지원센터의 1박 2일 귀농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참고로 저는 인구소멸, 로컬 활성화 등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 지자체 프로그램 체험을 좋아합니다.) 서울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받았다.

"여기 오뚜기 푸드에세이 공모전 사무국인데요."

"아. 예. 예."

"김선수 님 맞으시죠? 이번 공모전에서 대상으로 뽑히셨어요. 오뚜기상이요."

"네에? 저, 정말요?. 너무 감사합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도 아닌 오뚜기상이라니!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은 건 아니겠지?) 그때부터 발이 둥둥 떠다니고,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 신기한 순간이었다. 누구라도 붙잡고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다 모르는 사람뿐이다. 그분들은 왜 저 여자가 말없이 히쭉히쭉 웃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사실 나처럼 애매한(?) 등단작가는 공모전에 도전할 기회가 흔치 않다. '등단작가 제외'

이런 문구에 돌아선 기회들이 나의 어깨를 처지게 하곤 했었다. 올해로 제5회를 맞는 오뚜기푸드에세이 공모전에 원고를 보냈던 게 두 달 전쯤이다. '우리의 바다에는 둥근달이 뜨겠지.'란 제목으로.


실은 3회부터 시작해서 올해로 삼수한 셈이다. 수상작 발표가 올라오면 한껏 기대에 부풀어서 뚜껑을 열었다가 '푸르르' 바람 빠진 풍선처럼 마음이 가라앉던 날이 있었다. 그런 날이면 그저 호숫가를 걸으며 바람결에 마음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떨어진 이야기는 마음속에 숨겨두지만, 당선된 이야기는 숨길 수가 없다. (이것은 사랑이거나, 감기인가.) 정말로 기쁘니까, 가슴이 터질 것 같으니까. 그간의 읽고 쓰는 오랜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상이라고 생각되었다. 신춘문예에 당선된 건 아니지만, 내게는 다름없다. 브런치라는 대나무 숲에 소리칠 수밖에. “여러분. 저 대상 받았어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