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그런 하루가 있지
몇 번이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아무리 먼 길을 헤매고 다녀도
빈손으로 돌아오는 저녁
여름 내 매미가 울고 간 자리에
남은 허물처럼
그런데 그 소리로 여름이 온 줄 알고
아이들은 뛰어놀다
어느새 저만치 키가 자라서
학교로 돌아가잖아
기우는 햇살에게도
내일 반짝일 빛이 숨어있다고
나는 믿었고
그날의 스치는 기분이었을 뿐
실은 숲이 울창해지는 시간을
견디며 깊어지고 있었던 거야
매미가 우는 동안
잎사귀는 그늘을 키웠고
씨방에
한 톨의 씨앗이 남겨지는 것
여름 내 매미가 울고 간 자리에
남은 허물처럼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