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어머니는 돌아가시기 몇 달 전
니트 원피스 하나를 주셨지
가슴 한복판에 그려진 목단꽃 따라
구슬이 꿰어진 반짝이 원피스
팔십 넘은 주름살이
반짝이 구슬에 반사되면
원피스 입은 어머니
목단처럼 환했지
바람이 잘 통하는 베란다에 걸어두고
몇 달 동안 거풍을 시켜도
원피스에 배인 냄새
가시지 않았지
손 마를 새 없이 쉴 새도 없이
부엌을 떠나지 못해
옷 틈으로 스민 밥 짓던 냄새
정작 물도 못 넘기던 당신은
시간을 뒤로한 채
긴 잠에 든 매미처럼
옷만 남았지
어머니 가시고도
가시지 않는 어머니 냄새
지독하게 달라붙는 그 냄새
우지 마라 우지마 얼굴 붓는다
두 뺨을 쓸어주던 손길이 그리우면
어머니 원피스에 코를 묻었지
오래된 냄새가 내게로 올 때까지
원피스를 사이에 두고
서로 다른 세상에서 만났지
어머니와 나는 그게 무엇보다
슬펐지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