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벚나무의 기억

시 쓰는 여행가

by 지유


그거 알아요?

일본식 판화 우키요에는 산벚나무를 쓴대요


먼저 찍어낸 판화일수록 나무의

결이 살아 피가 도는 것처럼

그림이 생생하답니다


우리 사랑도 처음엔

해저문 여름 저녁 소름 돋은 팔뚝처럼

오롯하고 서로를 아끼는 마음 또한

빈틈없었어요


무디고 흐려진 판화는 오래 들은

카세트테이프의 노래처럼 늘어지고

흐려진 그림 속 빛바랜 매화꽃처럼

우리를 낯선 길에 세워두었죠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두 사람은

싸구려 인화지로 찍어낸 사진이 공기 중에

산화하듯 양초를 녹여야 드러나는

그림자 그림이 되어가네요


웃는 얼굴에 눈물 얼룩이 번져가도

그 그림 태우지는 말아요


허리가 꺾일 듯이 휘몰아치던 파도와

멀리 눈 덮인 후지산을 새기던

나무의 몸피 속에

조각칼이 헤집고 지나간 마디마다


스며든 색채를 어쩌겠어요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를 어쩌겠냐고요

늦은 봄날 기지개 켜듯

환하게 번지던 산벚꽃 저 혼자 시들어도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