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쓰는 여행가
소양호에서 건져 올린 자동차 안에서
빠져 죽은 여자는
오래된 감옥으로 나를 데려가네
쪽배를 타야 들어가는 소양호 수몰지구
안 민박집에 한 남자와 도망쳐
삼일 밤낮을 숨어 있었지
유독 볕이 따뜻해서 풀밭이 꽃밭 같고
뒷산의 사슴들은 순하게 풀을 뜯고
온종일 전화도 터지지 않는
온전한 장소였지
무모함만 활활 타던 그 시절은
함께 있던 남자의 얼굴이
주전자로 사슴 피를 마시러 온 중년의 남자들과
겹쳐져 이른 새벽 혼자서
민박집을 나오는 것으로 끝이 났었지
수염이 덥수룩한 민박집주인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물결을 지우듯 가뭇없이
노만 젓었더랬지
춘천에 사람이 빠져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면
거기 두고 온 옛 남자의 안부는 궁금하지 않으나
물안개 사이로 물살을 어루만지던
쪽배는 그리워지네
이제 헛되이 쪽배를 타러
그 호숫가를 맴돌지 않아도
머리를 풀어헤친 물안개 사이로
숨어 울고 싶은 날이 더러 있었네
가려했으나 닿지 않는 바닥에서
기다리던 눈물들이 아직도 저 안에 갇혀
희뿌연 옷소매를 흔드는가
그곳은 불 속처럼 뜨거우나
증발하는 기억들 속에 누워 사그라지는
별을 보는 밤은 서늘하고 아득하여라
오래도록 눈을 감지 못하고
자동차 안에서 빠져 죽은 여자의 울음소리
안개를 가둔 물소리
물을 가둔 안개 소리
* 사진 출처 모두 네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