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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m Jul 31. 2020

커리어 코칭이 왜 하고 싶어?

다정한 나의 멘토들에게 지은 빚을 갚고 싶어서.


        주말에 집에서 투다다다다 타자를 치고 있는데 옆에서 동생이 물었다. 안 그래도 일하느라 바쁜데 왜 잠 안 자고 몇 시간씩 걸려서 글을 쓰냐고. 내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재미있어서!!
그리고 코칭하면서 눈 반짝반짝하는 주니어들 보면
나도 같이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야.




        사실 처음부터 글을 쓰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다. 글보다 사람 눈을 쳐다보며 대화하는 걸 더 좋아해서 원래 하고 싶었던 것은 오프라인 커리어 코칭 세션이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설명과 이직 팁을 정리해서 발표 아젠다와 큰 틀은 이미 짜둔 상태였는데, 코로나 사태에 이직 후 바쁜 일정까지 겹쳐 선뜻 시작을 못하고 있었다. 태생이 완벽주의자 + 게으름뱅이 인지라 내 성에 찰 때까지 준비가 되지 않으면 시작도 못하고 시간만 갈 것이 뻔히 보였기에 일단 틈틈이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내가 커리어 코칭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나의 멘토들의 영향이 컸다. 나의 멘토들은 대부분 띠동갑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시니어 분들인데 귀찮은 기색 하나 없이 매번 진지하게 나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작게는 당장 눈앞의 일이 힘들어서 징징거리고 싶은 날부터 크게는 보직 변경이나 새로운 오퍼를 받고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까지. 세일즈, 프리세일즈 (pre-sales, 기술영업), 엔지니어 등등 배경과 스킬도 다양해서 각각 다른 각도에서 문제를 바라보는데 큰 도움이 되었더랬다.


        요즘은 다들 회사 안에서 일로 만난 사이는 믿으면 안 된다, 회사 다닐 때뿐이고 이직하면 남이다, 개인사 공유하지 말고 칼같이 일만 하고 퇴근하라고 이야기 하지만 순진했던 꼬꼬마 시절 나는 그분들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많이 따랐다. 지사장님에게 왕창 깨지고 화장실에서 몰래 울고 나와 벌건 눈으로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써니~ 당 충전하러 갈까? 케익먹고 산책 한 바퀴 합시다.' 하고 끌고 나가고, 마케팅 행사 준비에 바쁠 때면 '써니~ 코에 바람 넣으러 갑시다.' 하고 강 건너 맛집까지 가서 점심을 사주던 다정한 분들.


        이직한 후에도 고민이 있다 하면 바로 만나자! 하며 달려오거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전화로라도 몇 시간씩 같이 고민해주었다. 오퍼 받았다 하면 업계에서 아는 인맥 다 통해서 회사랑 매니저에 대한 정보를 싹 알아보고 신나서 업된 목소리로 알려주고, 회사 관뒀다하면 자리 만들어줄까 어디 소개해줄까 하며 나보다 더 열심이었던 분들 :)


        하루는 고객사에서 남이 싸지른 똥 치우다가 깨지고 (내 잘못이면 억울하지도 않지... 담당 영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난 입사하자마자 죄인이 되었다) 너무 열이 받아서 술도 못하면서 대낮부터 고객사 옆 수제 맥주집에 들어갔다. 심지어 브레이크 타임이라 알바들도 없고 나이 지긋한 사장님만 계셨는데 내 표정을 보시더니 자리를 내주셨다. 친한 이사님한테 전화해서 '저 지금 혼자 낮맥해요.' 했더니 그는 '아니 써니가 술 먹을 정도면 큰일인데 오늘 와이프 대신 휴가 내고 애들 둘 보는 중이라. 못 가서 미안해요.' 라며 한 시간 넘게 전화로 혀 꼬인 징징거림을 들어주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했지만 이제 내가 매니저가 되어서 20대~30대 주니어들과 일하다 보니 내 멘토들이 나에게 얼마나 큰 애정을 준 것인지 더 절실히 느낀다. 다들 높은 직급 때문에 일이 많고, 책임져야 할 가정과 어린 자식들 때문에 안팎으로 이리저리 치이며 바쁜 와중에도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기꺼이 내어준다는 건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듯 흔들릴때마다 멘토들의 한마디가 너무나 큰 버팀목이 되었기에 나도 그분들에게 받은 것을 주니어들과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다. 거창하게 커리어 코칭이라 썼지만, 나에게는 이미 익숙해져서 당연한 것들이 주니어들에게는 새로울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내가 경험한 조각들에 대해 같이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다.


        내 멘토 중 한 분인 K 대표님은 본래 독고다이(?) 스타일이라 마이웨이로 일하고 남 일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분인데 감사하게도 유독 나에게는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그 이유를 물어본 적이 있다. 매번 커리어 관련 질문을 하는 내가 귀찮지 않냐고. 이 질문에 대표님은,


원석을 다듬어서 점점 반짝거리는 걸 보면 나도 뿌듯하고 즐거워.
하나하나 가르치면 잘 따라오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그래서 나중이 더 기대가 되어서 재밌어!


라고 대답했다.





        나도 내 경험과 생각을 공유하고 주니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서 대표님 같은 대답을 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 아, 그리고 서치를 좀 해보니 업계에서 커리어 코칭은 대부분 인사부 출신 기혼 여성분들이나 헤드헌터들이 많이 하는 것 같은데 난 내 본업에 영향이 없는 선에서 즐거운 사이드 프로젝트로 할 예정이다. (재수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돈은 회사에서 이미 너무 잘벌고 있어서 주 목적이 아님!)


아.. 이 글을 쓰고 나니 빨리 오프라인 세션 발표자료 정리해서 반짝거리는 눈들을 마주하고 싶다. 귀찮아도 열심히 써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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