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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Im Jul 16. 2020

꼬리표와 편견들

네가 날 그렇게 잘 알아?




       

        지난 10년간 나를 따라다니던 꼬리표들을 생각하니 참 다양하다. '동양인, 젊은 여성, 문과 출신, 속칭 바나나라고 불리는 해외파, 마케팅, 영업, 제너럴리스트, 골드미스' 틀린 말도 아니고 하나하나 놓고 보면 특이한 단어도 아니지만, 이 꼬리표 뒤에는 사람들이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다양한 편견과 걱정을 가장한 일명 '후려치기'가 숨어있다.



#1. 동양인

'동양인들은 영어 딸리고 브레인스토밍도 못하고 의견도 없이 조용히 따라만 가잖아. 상사가 하란대로 예스맨처럼 일만 하고 인생을 즐길 줄도 모르지.'


#2. 젊은 여성

'겨우 스물여섯 짜리 여자애가 과장? 쟤 어떻게 들어왔대? 낙하산 아냐?' '서른 살짜리가 차장? 쟤 뒤에 백 있는 거 아니야?' '서른셋에 부장? 그게 가능하기나 한 거야? 그냥 명함에 쓸 대외용 타이틀이겠지. 외국계에선 한국 직급 아무 의미 없잖아.'


#3. 문과출신

'언어 전공? 요즘 외국어 잘하는 애들이 천지삐까리인데 뭐 별거 있냐? 고작 문과 출신이 IT 업계에서 얼마나 길게 갈 수 있겠어? 우리가 하는 기술적인 이야기들 이해는 하려나? 수박 겉핥기식으로 깔짝대는 거겠지 뭐.'


#4. 해외파

'어휴~ 해외파 애들 말도 마. 기본 예의도 없고 콧대 높아서 선배들 무서운 줄도 모르고 얼마나 나대는데. 워라밸 중요하다고 눈치도 없이 혼자 칼퇴하고 말이야. 유학했으면 보나 마나 있는 집 자식일 텐데 어차피 못 버티고 다시 나가서 설렁설렁 살걸?'


#5. 마케팅

'마케팅팀은 자기들 세상이잖아. 영업들이 전쟁터에서 고객들한테 총알받이 해가면서 고생~고생해서 돈 벌어올 때 회사 예산 끌어다가 자기들끼리 북 치고 장구치고 별것도 아닌 행사 하나 하고 포장만 그럴싸하게 하지. 돈 있고 학벌 좀 괜찮은 애들이 있어 보이려고 하는 일 아닌가?'


#6. 영업

'여자 영업? 아무리 세상 좋아졌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자가 영업 못해~ 여자들은 감정 기복 있지, 같이 술 먹고 담배 피우고 야근하면서 생기는 끈끈한 전우애도 없지. 그리고 어디 고객들이 상대해주겠어? 아아, 산전수전 다 겪어서 독한 노처녀면 가능할 수도 있겠다. 근데 몇이나 있으려나. 하하하.'


#7. 제너럴리스트

'사람은 역시 전문직이 최고야. 아니면 기술이라도 있던가. 한 우물 깊게 파서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지! 제너럴리스트들은 톱니바퀴야. 고장 나면 언제건 다른 부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


#8. 골드미스 

'우리 써니는 골드 미스지~ 근데 남자들은 어리고 말 잘 듣는 여자 좋아해. 웬만하면 그냥 눈 낮춰서 가. 괜히 고른다고 고르다가 시간만 가고 엄한 놈한테 시집 잘못 간다? 잘난 놈들은 이미 영악한 20대들이 다 채갔어!'



        아아... 쓰고 보니 또 머리에 스팀이 부글부글 오르네. 저 위에 나열한 것들보다 더한 소리도 들어봤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해 이 정도만 쓰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저런 말하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많다. 그것도 슬프게도 아~주 많다.


        처음엔 뭐 저렇게 무례한 사람이 다 있지? 하면서 얼굴에 경멸을 가득 담아 쳐다봤지만 이제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내가 예상한 시나리오 그대로 편견 가득한 후려치기 스킬을 시전 하는 사람들을 마주하면 '여기 또라이  한 명 추가요!'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그저 지난 10년간 연습한 사회생활용 웃음을 씩 지어준다. 대충 맞장구까지 치며 그러게요~ 너스레를 떨면 만족스러워하는 단순하고도 안타까운 사람들.


          각자 다른 환경에서 다른 교육을 받으며 온갖 종류의 사람들과 부대끼며 자라왔으니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다지만 지난 십 년간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이젠 가여워 보이기까지 한다.


           원래 이 꼭지에서 나를 따라다니던, 그리고 아직도 따라다니고 있는 꼬리표와 편견들에 대해서 모두 다루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글이 길어질 것 같다. 시리즈로 하나하나 에피소드 섞어서 풀어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 글은 여기서 급 마무리!

     




   '네가 날 그렇게 잘 알아?!?!?!?' 차마 그들 앞에서는 하지 못했던 내 마음속 이야기를 속풀이 하듯이 이곳에 허심탄회하게 풀어보고자 한다. 오늘의 글은 조금 길었던 인트로라고 봐주시길. 일명 #꼬리표 시리즈 기대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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