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ny Im Jul 26. 2020

[면접 팁] 1.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

본인의 강점은 뭔가요? 전 '황무지 개간' 전문입니다.

외국계 기업 10+년차가 들려주는 면접 이야기



PART I

1.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 어? 얘 뭐지 특이하네. 더 알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라.

2. 면접에선 내가 상품이다. 베스트셀러라 생각하고 실컷 자랑하고 잘~ 팔아라.

3. 마인드 컨트롤: 면접이 끝나면 면접관은 그저 길거리에서 지나치는 아줌마, 아저씨일 뿐이다. 쫄지 말아라.

4. 회사와 나는 갑을관계가 아니다. 서로 잘 맞는 짝을 찾으러 나온 자리이고 소개팅 상대일 뿐.

5. 미리 정보 수집하기: 회사 & 직무는 기본이고, '면접관'에 대한 정보도 준비해라


PART II

6. 이력과 성과는 수치화 하기: 구구절절 늘어놓지 말고 숫자로 보여줘라

7. 결국엔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 재미없게 업무 얘기만 하지 말고 개인적인 얘기도 섞어라.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돼라.

8. 단점도 잘 포장하기: 단점을 말하되 시행착오를 거치며 배운 레슨런드에 대해 말해라.

9. 똑똑하게 좋은 질문을 많이 하고 내가 원하는 바를 당당히 요구해라. 면접관에게도 챌린지를 해라.

10.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면접 후 꼭 '두 번' 연락해라. 그리고 피드백을 요구해라.




1. 나만의 차별화된 스토리: 이 사람 뭐지? 신기하다. 더 알아가고 싶다. 궁금하게 만들어라.


        진부한 사람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다. 다른 후보자들과 똑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겐 질문을 할 마음도 생기지 않는 게 면접관들의 심리이다. 바쁘게 일하다 말고 시간 쪼개서 참석한 면접관 들인 만큼 적어도 그들의 시간이 아깝다는 느낌이 들지 않게 하자. '


저는 어디서 태어나서 무슨 전공을 했고~ 어떤 회사에서 이러이러한 일을 했습니다.' 이력서에 뻔히 쓰여있는 내용을 같은 순서대로 읊다 보면 슬슬 면접관의 동공이 풀리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일단 내 '인생 토'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내 소개를 한다. 이력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 업계에서 나 같은 캐릭터와 나 같은 이력을 가진 사람을 본 적 있으시냐? 고 뻔뻔하게 질문하면서.


인생 모토 = 'Be Sunny!'

1. Be Sunny = Be myself. 내 스타일대로 소신을 가지고 살고 일할 것.

2. Sunny (맑은 날)의 뜻처럼 밝고 즐겁게 살자

3. 따뜻하게 비추는 해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것.


        이를 통해 내 스타일, 성격, 팀워크에 대한 내 가치관을 살짝 짚고 넘어가 주고 그다음엔 통상적인 소개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이고 그동안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등등. 물론 이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 (내 친구 중 한 명은 이 프레이즈 자체가 너무 오글거린다고 평했다.)


하지만 남과 다른 나만의 스타일인 것은 분명하다. 면접 끝나고 나서 보내는 문자/메일의 마지막에 'Have a lovely sunny  day!'까지 써서 마무리해주면 그 수십 명의 후보자들 중에 적어도 내 이름 하나는 까먹지 않겠지. (면접 후 연락 부분에 대해서는 마지막 꼭지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수십 명 면접을 보고 나면 후보자들 별로 메모를 써놓긴 하지만 가물가물 잘 생각이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면접관들 머릿속에 키워드가 됐건 행동이 됐건 무언가 하나는 각인시켜놔야 한다. 나에게는 그게 내 이름을 사용한 나름의 언어유희가 들어간 'Be Sunny!'라는 문장인 것이고.




        지난 이력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나만의 스토리 라인이 필요하다. 나는 지난 10년간 다수의 외국계 IT 기업들에서 마케팅과 세일즈를 담당했다. 각 회사별로 담당한 고객, 제품, 업무가 다 다르다 보니 내 이력에 대해 작정하고 꼬투리를 잡고자 하면 전문성이 떨어지고 깊이가 없다는 공격을 받을 확률이 없잖아 있었다.


나는 오히려 이점을 나의 장점으로 삼아 스토리를 만들었다.


        내가 다닌 회사와 직무의 변화를 보면 내가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왔다는 것이 확실하게 보인다. 큰 틀인 IT, 소프트웨어, B2B, 마케팅, 영업 은 벗어나지 않아 업계의 전문성은 쌓으면서, 그 큰 틀 안에서 다양성을 추구하고 성장했다.


        첫 직장은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유명 외국계 대기업이었다. 3년간 Inside sales (인사이드 세일즈)를 담당했는데 말이 좋아 세일즈지 하는 일은 콜센터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마케팅 팀과 협업하여 캠페인 후에 나온 leads 라 불리는 잠재고객들에게 이메일과 전화를 하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하여 필터링해 'MQL: marketing qualified leads'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영업담당에게 넘기는 게 주 업무였다. 수없이 많은 마케팅 캠페인 종류만큼 잠재고객들의 유형도 다양했다. 소소하게는 웹사이트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한 사람부터 크게는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해서 관심사를 적은 설문조사를 제출한 사람까지.


        두 번째 직장에서는 단일 소프트웨어 회사에서 1인 매니저로 한국 마케팅을 총괄했다. 내 나이 고작 스물여섯 살이었다. 대기업의 프로세스 안에서 틀에 박힌 일만 하다 보니 톱니바퀴들 중 하나라고 나 자신이 너무 하찮게 느껴져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어 중견기업으로 이직했는데 이때 모두가 걱정 어린 질문을 했다. '대기업에서 배울게 많은데 너무 어린 나이에 옮긴 것 아니냐고'. 난 당당하게 답했다.


내 성격 자체가 'Learn from practice' 직접 행동하면서 배우는 스타일이고,
회사 네임밸류에 기대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일 자체로서 성공해보고 싶었다.
자유롭게 많은 일들을 해보고 그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져보고 싶었고
마케팅에 관심이 있어서 좋은 기회라 생각했다. 난 후회 없다.


        이곳에서 마케팅을 3년 총괄하고, 성과가 좋아서 조직개편 때 새로 온 아시아 사장님에게 보직 변경 오퍼를 받았다. 새로 생기는 Channel sales (채널 영업) 팀에 한국과 중화권 전체 담당으로. (내가 중국어를 하다 보니 전체 땅을 받았다)


        첫 번째 직장과 두 번째 직장까지는 담당했던 제품의 성격이 비슷했다. Middleware (미들웨어)와 Business Analytics (BA, 분석솔루션). 업무도 주로 마케팅에 포커스 되어 있었고. 그런데 세 번째 직장은 아예 제품군이 다른 SCM (Supply chain management)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그것도 전 직장에서 고작 1년 한 채널 세일즈 경력으로. 심지어 이전에는 전임자가 없어서 비교대상이 없었다면 이번엔 전임자가 무려 50대 후반 전무님이었다.


        이때 나는 또 질문을 받게 된다. 한국+중화권까지 하다가 한국만 담당하면 Territory (담당하는 땅/ 고객사들)가 줄어들게 되는데 왜 이직했냐고. 나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한국+중화권을 하다 보니 관리해야 하는 고객과 파트너사의 수가 너무 많았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오퍼레이션 중심으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일즈에 대한 갈증이 생겼고 더 깊게 파고들어 고객들과 직접 대면하고 딜을 이끌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여자 영업이 제일 살아남기 힘들다는 한국으로 땅을 줄여 더 구르며 배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그리고 담당하는 나라와 고객사는 줄었지만 딜의 사이즈는 커졌다. 제품의 성격상 sales cycle 이 복잡하고 길어졌으며 고객사의 업종과 비즈니스에 대한 더 높은 이해도를 요구했다. 이러한 이유들과 나만의 스토리를 듣고 나면내 이력이 다운그레이드 된 것 아니냐고 공격 (?)하려던 면접관도 이해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에도 더 많은 썰이 있지만, 일단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전체 Sales cycle을 다 경험해본 것이 보인다: 전략 기획 -> 마케팅 캠페인 실행 -> 인사이드 세일즈-> 채널 세일즈.


이 과정에서 고객, 파트너, 컨설팅 회사, 마케팅 에이전시, 법무팀, 미디어, 기술팀 등등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것도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규모가 작아지건, 내가 담당하는 땅의 크기가 줄어들건 상관없이 내 개인의 역량에는 하나씩 플러스 요소가 생기고 면접관들도 이점을 나의 장점으로 높이 사게 된 것이다.


        면접을 볼 때마다 점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다양한 일을 했는데 뭐가 제일 자신 있냐고. 그럼 난 매번 같은 대답을 한다. 


전 '황무지 개간 전문' 입니다.
새로운 땅 찾아서 열심히 갈고 씨 뿌리고 수확하는 일개미요.



        곡괭이질 하는 제스처까지 취하며 설명하는데 이 대목에서 안 터지는 면접관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모두가 퐝 터지고 이 대답을 아주 흡족해했다. 이 대답에는 나의 가치관, 일에 대한 태도, 일하는 스타일 등등 많은 것들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돈이나 조건만 보고 옮긴 것이 아니라나에게 챌린지가 되는 곳으로 옮겨서 고생스럽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며 그 과정을 즐겨왔다는 점 말이다.





        이렇듯 나와 내 이력을 소개하는 키워드와 문구가 있어야 한다. 나만의 스토리로 관심을 끌고 면접이 끝난 후에도 기억에 남아야 한다. 한번 스토리를 만들어놓으면 다음번 면접에서도 휙 꺼내 쓸 수 있는 레파토리가 생기는 것이니 얼마나 좋은가?


귀찮겠지만 시간을 조금 들여 나만의 이야기를 고심해보시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