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 관찰일기

요즘 201호는 뭐하고 살까?

by 조초란

지난주, 201호에 사시는 분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셨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에 이은 세번째 졸업이지만

초등학교 졸업이라고 하니 남다른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모처럼 다시 201호 세입자님을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뱀의 해에 우리에게 온 첫번째 선물

뱃속에 있을때부터 순하고 태어날 때도 순하고

아무에게나 잘 웃어주는 우리 '헤보'

겁이 많아 걸음마도 15개월이 넘어서야 하기 시작하고

말이 늦어 어린이집에 가서야 문장을 말하기 시작했지만

시끄럽기는 이미 그 전부터 아주 많이 시끄러웠던

그의 웃음, 눈물, 손짓, 발짓 하나에 엄마 아빠의 마음이 함께 요동치던 그 시절

우리는 참 행복했었더랬습니다.


2015년과 2020년에 동생들이 생기면서

그의 뜻과는 상관없이 "맏이"의 역할을 맡게 된 201호님은

천성이 착하고 개구진 덕에 동생들과 대부분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죠.

까칠하고 퉁명스럽기 그지없는 202호와

고집세고 말 안듣는 203호도

201호의 주접(?)과 돌봄, 챙김들을 귀찮아하면서도 고마워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론 언제나 쉽기만 한 201호는 아닙니다.

천성적으로 착하고 순하지만 그 역시 고집이 센 편이고

특히 한번 마음 먹은 것은 어떻게든 쟁취하려는 모습이 있어서

엄마아빠를 질리게 만들기도 하죠. 그래서 의도치 않게 혼나기도 하구요.

지는 것을 싫어하고 욕심도 많아서 공부든 만들기든 그 무엇이든 잘하고 싶어 난리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바라는 만큼 성과가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도 하지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아무리 그 아이를 사랑해도 마냥 견디기가 힘듭니다(저도 사람인지라...ㅜㅜ).

그래도 6학년이 되면서 주변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스스로의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려고 노력하고 있네요.

그리고 곧 중학생이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자신의 감정대로 행동하면 안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더라구요.



저희 부부가 201호와 202호에 늘 하는 얘기 중에 하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든 그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단, 그 감정에 따라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는 너의 선택이며
그 행동에 대한 책임 또한 너의 것이다"
라고요.

아직 어렵겠지만 감정이 행동이 되지 않도록 부모로서 계속 독려하고 있어요

저희 부부 또한 아이들에게 한 이야기이니 저희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구요

(솔직히 좀 힘들때도 있습니다. 치밀어 오르는 욱을 누르려니 애들 아빠는 더 죽을 맛이겠죠..

그리고 203호는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해서 아직은 얘기하지 않지만 오빠들 어깨너머로 알게되겠죠..?)


암튼, 요즘 201호는 중학생이 되기 전 마지막(?)으로 자유를 불태우고 있습니다.

남들은 특강이다 뭐다해서 엄청 바쁜 학업으로 불태우는데 말이죠

엄마랑 세운 방학공부계획을 제외하고는

하루하루 뭐하고 놀까,

오늘은 게임에서 무슨 미션을 수행할까

오늘은 레고로 무슨 모형을 만들어볼까

오늘은 어떤 책을 읽을까

이런 세상 한가롭고 여유로운 고민만 하고 지냅니다.


물론, 그 아래엔

중학생이 되면 학습이 힘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있어서

불안도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저는 엄마니까요 ㅋㅋㅋ)

마치 백조의 우아한 몸짓아래 치열한 발차기가 있는 것처럼

201호의 마음에도 이런 치열함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 치열함이 불안으로, 스스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변화하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저는 그 곁에서 단단히 지켜주려합니다.

아마도 아이는 점점 더 제 목소리를 잔소리로 받아들이고 저를 떠나가려하겠지만

그 또한 아이의 성장임을 알기에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미리부터 생각중입니다.


저... 잘할 수 있겠죠?

세상의 모든, 10대를 자녀를 두고 있는 엄마아빠께 응원을 보내드립니다.

우리, 같이 잘 해보아요~



이전 04화우리 집 세입자를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