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호 이야기

그에게서 사춘기의 향기가...

by 조초란

오늘 또 201호의 이야기를 들고 왔습니다..

요즘 제 최고 관심사가 201호 세입자분이시거든요.


3주전에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예비중학생이 된 201호에게서

요즘들어 전에 보이지 않던 모습이 슬~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그 무섭다던 사춘기의 향기일까요..?

벌써 두근대네요 ㅠㅠ


아들들은 엄마 키를 넘어서면서부터

부쩍 자기주장도 강해지고

엄마를 이겨먹으려고 한다더니

드디어(?)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말투부터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하네요

그리고 엄마의 잔소리가 감지되면 미리 선수를 쳐버린다거나

그만 듣고싶다는 듯 아~네네네네 의 뉘앙스를 풍기는

짧은 “네”로 이야기를 끝내버린다던지 하는 것들이 그것들입니다.




오늘도 역시 몇가지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그중에 한가지는 저녁먹다가 나온 이야기인데,

제 아이들은 성조숙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먹는 것도 조절하고 운동도 하고 있는데

요즘 한 몇달 제가 좀 해이해져서 관리가 좀 느슨해졌어요 ㅠ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밥 한 숟갈 더 먹는 아이에게

“맛있게 먹는 건 좋은데 앞으로 관리 또 잘 해야지”라고 하니

201호님이 하신다는 소리가

엄마, 먹을 땐 그냥 좀 맘 편하게 먹게 해주시면 안될까요

예전같으면 좀 속상해도 눈만 빨개지면서 “네….”라고 했을 녀석이..


순간 아차싶었어요. 사실 이 잔소리(?)가

아이한테 하는 말인지 저한테 하는 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사실 밥먹을땐 뭐도 안건드린다는 말도 있는데

괜한 소리를 했다 싶기도 했습니다.


그리곤 깨달았습니다.

201호의 사춘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아직 신체적으로는 어린이지만

그 머릿속에서는 그 자신도 통제못할 격변의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그래서 앞으로 약 2~3년간의 정신적 독립운동을 펼칠 시기가

드디어 시작되었다는 것을 말이죠.


앞으로 몇년간의 우리 부부의 아이에 대한 태도가

더 앞에 찾아 올 수십년간의 관계를 결정지을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 살짝, 아니 생각보다 조금 더 무섭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헤쳐가야할까요.

엄마인 저는 그렇다쳐도,

아빠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텐데

충돌은 하더라도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상담일을 할땐 그렇게 술술 나오던 해답이

제 일이 되니 그리 쉽지가 않네요.

답을 알고있는데 답안을 작성할 시간이 부족하지나 않을까,

내가 알고있는 이 답이 201호에겐 답이 맞기는 할까,

내가 201호만했을때 겪었던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받았던 상처와 고통을 201호가 겪지는 않을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복잡합니다.


그러다가도 문득,

동생들과 장난치고 엄마아빠 사이에서 같이 TV시청을 하며 낄낄대는 201호를 보면서,

새삼 이 시간이 소중하고 아직도 이렇게 엄마아빠한테 부비적거리고 싶어하는

이 아이의 마음이 참 고맙고 사랑스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덩치는 안사랑스러워요 ㅋㅋ)


제가 이 스토리를 시작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가장 먼저 찾아올 201호의 사춘기를 맞이하기전에

아이를 최대한 객관적으로 보고

옆집 아이 다루듯이 행동하려는 저의 마음다잡기용이었습니다..


이제 보는 눈이 많아지면,

제 생각과 말과 행동이 조금 더 조심스러워질테고

저의 조심스러워진 모습에 더해

아이를 조금 더 존중하며 대하면,

폭풍에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처럼,

그렇게 서로 잘 지나갈 수 있지않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봅니다.


그러니 이 글을 봐주시는 모든분들께 부탁드립니다.

제가 이 마음 그대로 201호를 존중할 수 있기를

사춘기의 폭풍에서 우리 모두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경전처럼 외우며

마음 다잡을 수 있기를 응원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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