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잠 못 이루는 이유
문득 선잠이 깬 새벽, 곁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설을 맞아 방문한 외가에서 아이들은 벌써 여러 날을 엄마와 함께 자는 호사(?)를 누리고 있어요. 그 말은, 저는 그리 편히 잘 수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죠 하하하
그래도 오늘 새벽은 평온하네요.
아이들은 각자 저마다의 이유로 힘든 밤을 보냈습니다. 아직 제일 어린 막내는 한동안 겪지 않았던 대중교통의 혼잡함과 걸어 다녀야 하는 신체적 힘듦을 자면서 풀어냈어요. 사흘째 자면서 몸부림을 치고 자다가 깨서 옷을 입었다 벗었다 난리난리.
한적한 것을 좋아하는 둘째도 너무 복잡하고 사람 많은 서울에서의 이동이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가에 오고 즐거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자긴 시골이 좋은 것 같다네요.. 둘째도 역시 낮의 힘듦을 자면서 풀어내느라 제 옆에서 딩굴어다니며 앉았다 일어났다.. 그러다 가까이 있던 책장에 이마를 찧어 자다 말고 울고불고…
대망의 큰 아드님께서도 역시나 며칠째 통 잠을 이루지 못했어요. 원인은 비염과 너무 건조한 침실 때문이었습니다. 목조주택인 저희 집과는 달리 아파트인 저희 부모님 집은 여름겨울 습도가 저희 집과는 너무 달라 아이들이 힘들어하네요. 깜박하고 가습기를 챙기지 않은 제 탓도 있지만…
암튼 그래서 큰 아이는 사흘째 자다가 새벽에 코피를 쏟으며 일어나곤 했습니다. 당연히 앉아서 자느라 잠을 잔 것도, 안 잔 것도 아닌 상태라 힘들어했죠.
어제 외출해서는 너무 힘들어하길래 안 되겠다 싶어 일정을 빠르게 마무리하고 돌아와 친정 근처의 병원에 방문했어요. 그리곤 약을 받아왔죠.
그리고 오늘 새벽. 아이는 며칠 만에 단잠을 자고 있습니다.
이렇게 효과가 좋을지 알았다면 진즉 병원부터 갔어야 하는데… 아직도 14년 차 애미는 부족한 게 많다는 자책과 편히 자고 있는 아이의 숨소리를 들으며 안도를 동시에 느끼고 있네요.
둘째와 막내도 어제의 짧은 외출이 피곤을 누적시키지는 않았는지 모처럼 단잠을 자고 있습니다. 제 잠을 방해하지 않았죠. 아무도 힘들어하지 않고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이렇게 듣고 있자니 지금, 이 새벽이야 말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인 것 같습니다. 세상 평화롭게 자고 있는 아이들의 숨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저마다의 자세로 곱게 자는 얼굴들을 이렇게 찬찬히 들여다보니 그냥, 너무 좋네요.
아이들은 아직도 저희와 함께 자고 싶어 합니다. 저나 신랑은 혼자 자는 게 제일 편한데 ㅎㅎ 그래서 집에서는 거의 같이 자는 일이 없죠. 그래서 아이들이 할머니집에 가는 걸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렇게 아이들이 푹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문득,
“가끔 이렇게 집에서도 데리고 자볼까”하는 생각도 드네요. 아이들이 언제까지 이렇게 엄마 아빠랑 자겠다고 할지 모르니 이 또한 호사라면 호사겠다는 생각이 잠시 스치는 새벽입니다..
모두, 평안한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