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부재가 형제에게 미치는 영향

루틴의 힘

by 조초란

매거진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는 막내의 입원으로 한 달 가까이 집을 비워야 했어요. 이렇게 집을 오래 비워본 건 결혼하고도 처음이라 남편도 걱정되고 엄마 없이 새 학기를 맞이할 아이들도 걱정이었어요.


첫 2주는 방학이라 아이들 식사 챙겨주는 것도 일이고 신경이 쓰였어요. 학교 다니면 그래도 한 끼는 학교에서 해결해 주니 그것만으로도 큰 걱정을 덜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다행이었던 건 아이들이 예비중 1, 초5로 아주 어리지만은 않은 나이라는 거였죠. 아침과 저녁은 남편이 챙겨주면 되었으니 주중에 점심만 자기들끼리 해결하면 됐어요. 전날 저녁 아빠가 준비해 놓은 점심거리를 데워먹거나 편의점 미션으로 먹고 싶은 것을 사다 먹는 식으로 한 주를 잘 보냈어요. 자기들도 나름 뿌듯해했고요.


밥은 그렇다 치고 그럼 생활은? 엄마도 없고 낮에는 아빠도 자리를 비우는데 생활이 엉망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지만 생각보단 기우였어요.


저희 아이들은 어느 정도 몸에 밴 생활 루틴이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라인학습을 하고, 아침식사를 한 후, 각자 등교를 합니다. 학교에 다녀와서는 나머지 계획에 따라 숙제를 하고 문제집을 풀거나 화상영어를 하는 식의 공부를 해요. 그 후엔 이른 저녁식사를 하고 주어진 시간만큼 태블릿이나 콘솔게임을 하고요. 그러고 나면 운동을 하고 씻고 자기 전까지 나름의 휴식을 취하면서 놀거나 독서를 하다가 정해진 시간에 잠자리에 드는 식이죠.

하루의 기준이 되는 계획표와 오락거리들..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순서가 바뀌기는 하지만 저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아요. 이렇게 생활한 지 5~6년쯤 되었네요.


아무래도 방학이기도 하고 자기들끼리만 있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저 루틴이 다소 깨지는 건 있었어요. 큰 틀에서 할 걸 해 놓고 놀더라도 학원을 안 다니니 주중엔 시간이 넘쳐났죠. 그래서 영화를 본다거나 게임을 하는 시간이 다소 늘긴 했어요. 그리고 엄마가 없으니 그 정도는 봐줘야 했죠. 일종의 보상이라고 할까요.


개학이 되고는 상황이 훨씬 안정되었어요. 어차피 엄마가 집에 올 시기를 모르니 그때까지 원래대로 생활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위에 쓴 루틴대로 2주의 시간을 보냈답니다. 물론 큰아이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다소 낯설고 적응 안 되는 시간을 보내야 해서 나름 힘든 점이 있었지만 학교생활과는 별개로 해야 할 일들은 묵묵히 해내고 있었어요. 둘째도 마찬가지고요.


시키지 않아도, 따로 확인하거나 채근하지 않아도 할 일을 알아서 하는 아이를 만들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들기는 했어요. 매일 아이들의 컨디션과 감정을 고려해 가며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눈물과 고함, 체념과 믿음의 수많은 부침을 겪어야 했죠. 이 롤러코스터를 잘 타고 났더니 이런 예기치 못한 상황에 큰 도움이 되네요.


아직 갈 길이 멀고 부족한 점도 많은 아들들이지만 이만하면 기본기는 갖춰졌다고 검증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할만한 일인 것 같아 기억하려고 써봤습니다^^

아마 옆집아이였다면 정말 대단하다고 칭찬했겠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엄마 마음이라 행여 풀어질까 봐 그저 담백하게 “잘해왔다, 고생했다” 정도로만 아이들에겐 얘기해 줬네요 ㅎㅎ


그래도 이거 하나만큼은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루틴의 힘을 믿으세요, 만들긴 힘들지만 일단 만들어 놓으면 그때까지의 피, 땀, 눈물은 충분히 가치 있습니다~“라고요.


부모님들 모두 화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