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엄마는 처음이지?

엄마를 꿈꿨지만 엄마가 낯선,

by 조초란

우스갯소리로 출산하는 것을 "방뺀다"고 합니다.

저는 3번 방을 뺐고, 그 방빼신 분들을 저희집 2층의 세입자로 들여놨습니다.

그 세입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집주인인 저의 이야기를 잠시 하려고 합니다..




엄마가 되기 전, 사교육시장에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만나는 일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겐 학습법을, 부모님들에겐 자녀양육법을 강의하고 관리하는 일을 했었죠.

그 일을 하면서 자녀양육에 대한 예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저의 "엄마 커리어"에 가장 큰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엄마가 되면 제 꿈이었던 "현모양처"가 되는 것이 비교적 쉬울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현실을 알게 되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진 않았습니다만....




다소 늦은 나이에 결혼을 하고 다행히 곧바로 임신을 하게 되면서 기뻤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리고 또 생각했습니다. "내 일도 하면서 아이도 뱃속에서 잘 자라도록 둘 다 열심히 해야지"

그때는 한참 일에 열중해 있던 때라 둘 다 잘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름 건강에는 자신있던지라 둘 다 잘 해낼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입덧을 하는 와중에도 먹는 것에는 크게 문제는 없었으니 아이는 뱃속에서 쑥쑥 잘 자랐습니다.

세입자1호가 그렇게 커가는 동안 저는 제 일을 열심히 하고 일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이며 공부도 계속 했었더랬죠. 하지만 임신이란 이벤트는 제가 자신있다고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일하는데 필요한 강의가 있어 그 수업에 참여했던 다음날, 조기진통으로 입원을 하게 되면서

그렇게 저의 커리어에 "일시정지" 버튼이 눌리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 멈춤버튼은 12년이 지나서야 해제되었습니다.

제 예상보다 훨씬 더 오래걸렸네요. 다시 사회로 나오기까지.




엄마가 되면서 저에 대해 다시 알아가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육아관찰일기를 쓰게 된 이유도 저에 대해 알아가기 위함도 있었습니다.

'사회인으로서의 나' 와 '엄마로서의 나'는 생각보다 많이 다른 사람입니다.

나의 사회적 지위, 사회인으로서 가졌던 나의 지식, 나의 능력, 나의 흥미와 취미는

"엄마"라는 이름 앞에 신기루처럼 사라집니다. 그래서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엄마가 되면 할 수 있는 것:

때 되면 밥을 차린다.(차린다고 했지 내가 먹을 수 있거나, 아이가 잘 먹는다고는 안했다)

청소를 하고 주방살림을 정리하고 빨래를 한다.(티는 나지 않지만 안하면 티가 많이 난다)

계절별 아이의 컨디션을 살피고 병원투어와 각종예방접종을 섭렵한다.(미션 임파서블이 왜 시리즈로 나오는지 알 수 있다)

계절별로 아이의 옷을 마련하고 예쁘고 깔끔하게 입힌다(고 생각만하지 실행이 되진 않는다)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장소, 각종 정보에 민감해진다(맘카페가 활성화되는 이유)

아이와 함께 놀면서 동심을 되찾을 수 있다(굳이 안찾아도 되는데...)


엄마가 되면 할 수 없는 것:

양질의 잠을 잘 수 없다.(임신 때부터 시작되어 수면독립이 이루어지기 전까진 꿈도 꾸지 말 것!)

"내 것"만 사는 것(아무도 뭐라 안했지만 왠지 그러면 안될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혼자만의 시간(이건 어린이집 보내면 어느정도 확보 가능함)

양질의 대화(내 머릿속에서 그동안 지녀왔던 품위있는 사회인으로서의 단어가 모두 삭제됨)

우아한 식사(서서 먹는 것과 때를 놓치는 것은 기본. 아이에게 식탁예절을 잘 가르쳐야하는 이유)

주변사람들의 이해(참견과 잔소리는 늘고 어려움은 이해받지 못함)


아빠의 고충:

위의 여러 상황들 때문에 피폐해진 엄마 케어하기

N잡이 아닌데 N잡 같이 퇴근 후 육아 및 집안 일 함께하기

기성세대와의 다른 육아/살림 가치관 때문에 눈치보며 중심잡기 등


결론,

우리가 사랑해서 만든 사랑의 결실인데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리고 날 웃고 울게 하는 저 꼬마괴물은 무엇...?

이렇게 요즘 부모님들이 힘들어하시며 하소연하는,

"내가 사라진 것 같아요" 의 서사가 시작됩니다.


저도 잠깐은 그랬던 것 같습니다. 특히 생각지도 않게 늦둥이 막내가 태어나면서 말이죠.

이제 둘 좀 키워놓고 한 숨 돌리고 다시 나를 찾으려나...싶은 순간 찾아온 새 생명..

기쁘기도 했지만 밉기도 했습니다.

왜 다시 나를 주저앉히니, 나는 다시 내 삶을 살고싶은데..

그러면서 나를 엄마라고 부르는 다른 두 세입자가 낯설어지기도 했습니다.

"엄마? 내가?"

"나는 어디에 있지? 저 아이들은 왜 나를 엄마라고 부르지? 난 원래부터 엄마는 아니었는데"

그렇게 약간의 혼란스러운 시기가 다시 한 번 지나가고

이 글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돌아봤습니다.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그리고 깨달았죠.

나는 한 번도 어디로 사라진 적이 없다는 것을.

나는 엄마로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엄마로 사는 게 나를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것을.

한 노래의 가사처럼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한 때 나는 우리 엄마의 아이였고

학생이었고, 사회인이었고, 아내이자 엄마로 살아가는 존재의 총합으로서의 "나"라는 사실을.


나는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매 순간이 나입니다.

우리가 그리워하는 "나"는 부모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하고

내가 벌어낸 경제적 이득과 시간을 오로지 나만을 위해 자유롭게 사용하던

이기적으로 살아도 되는 그 시절의 나임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기적인 나에서 이타적인 나로 이행될 수 밖에 없는

"엄마"로서의 위치가 보상은 적고 고통은 큰 것처럼 느껴지기에

많은 이들이 꺼려하고 힘들어 한다고 생각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사라진 적이 없습니다. 지금 힘들어하는 그 모습도 나입니다.

그래서 엄마(아빠)로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 힘든것이 조금 나아질 겁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보일겁니다.

내가 엄마(아빠)라고 매 순간 그냥 이유없이 다가오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그 아름다운 존재들이.

이렇게 잘 웃는 때가 있었는데... 이 때가 그립네요.


뭐든 처음이 어렵고 힘들잖아요^^

성공한 사람들이 늘 주문처럼 얘기하는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하고 살다보면

엄마로서, 아빠로서 괜찮은 모습이 되어있을거에요.

그렇게 믿고 살아보려 합니다.

함께 하실래요? 엄마라는 길.



어서 와, 엄마는 처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