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깟 1분이 뭐라고.
엄마는 추위를 참 싫어한다. 조금만 추워도 바로 감기에 걸려버려서 더운 여름에도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고 따뜻한 차를 마실정도다. 요즘 같은 겨울에 밖에 나가는 것은 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늘같이 한파가 몰아쳤던 일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내려와, 본가에서 놀곤 했는데, 그날도 본가에서 놀다가 내 집으로 올라가려던 참이었다. 마침 동생도 내려왔기에, 올라가는 기차를 비슷한 시간대로 같이 예매했다.
기차역은 우리 집에서 꽤나 떨어져 있어, 아빠가 차를 태워주시기로 했다. 나와 동생이 나갈 채비를 하자, 엄마도 옷을 주섬주섬 입기 시작했다.
"엄마, 춥다. 집에서 쉬셔."
매주 본가에 올 때마다 엄마는 나를 기차역까지 배웅해 줬는데, 오늘은 한파다 보니 집에서 쉬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됐어~"
엄마는 두꺼운 파카를 단단히 잠그며 집을 나섰다.
기차역은 상상이상으로 추웠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온몸이 벌벌 떨렸다. 서울보다 더 춥다나... 동생이 떨며 말했다. 동생이 타는 기차와 내가 타는 기차는 플랫폼이 달라, 기차역 앞에서 동생과 엄마에게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동생이 타는 기차가 3분 빨랐고, 나보다 먼 길을 온 동생이기에, 엄마는 동생을 배웅해 주러 갔다.
플랫폼으로 내려가자, 사람들이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파 특보가 내려진 날이다 보니, 패딩으로 무장해도 찬 기운이 올라왔다. 몇 분이 지나자, 건너편 플랫폼에 기차가 한 대 도착했다. 동생이 타는 기차였다. 마음으로 동생을 배웅하며, 내가 타는 기차는 언제 오는지 고개를 쭉 빼고 기차가 오는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때, 익숙한 모습이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게 보였다. 엄마였다. 엄마는 에스칼레이터에서부터 두리번거리더니, 곧 내 모습을 발견하고 종종걸음으로 달려왔다.
"엥? 엄마 왜 왔어?"
나는 순간, 두고 온 물건이 있나 생각이 들었다.
"우리 딸 보려고."
어..
어안이 벙벙해졌다.
엄마는 급하게 뛰어오셨는지 숨을 얕게 할딱이셨다. 엄마의 코는 빨갛게 얼어, 차가웠다. 갑자기 코 끝이 찡해졌다. 아니, 동생 기차랑 내 기차랑 고작 3분 차이다. 동생이 있던 플랫폼에서 내가 있는 플랫폼까지 오는 시간이 뛰어서 2분이다. 이제 1분 뒤면 내 기차가 온다. 그럼 내 얼굴을 1분밖에 못 보는 건데, 그깟 1분이 뭐라고... 추위도 잘 타면서 매주 오는 딸내미 얼굴 1분 더 보는 게 뭐가 중요하다고 그 거리를 이렇게 뛰어 온 것인지...
"잘 가고, 춥다."
기차가 오자, 엄마는 내 패딩을 만져주며 옷 매무새를 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1분 만에 엄마를 플랫폼에 두고, 기차에 올라탔다. 기차 밖에서 엄마는 나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엄마의 모습이 저 멀리 사라졌다. 나는 털썩,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자, 수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추위를 많이 타서 겨울에 밖에 나가는 것을 싫어하는 엄마. 그래도 항상 기차 탈 때마다 배웅해 주었던 엄마. 그리고 고작 1분 더 보겠다고 뛰어서 나에게 온 엄마...
서른이 넘도록 엄마가 되어보지 못한 나는, 아직도 엄마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