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오후, 강변 산책로에는 잔잔한 빗방울이 흩뿌려지고 있었다. 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는 고요한 물결을 흔들며, 마치 빛이 번져 나가듯 은은하게 퍼져갔다.
후배와 나는 우산 하나를 나누어 쓰며 나란히 걸었다. 습기를 머금은 공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불쑥 흘러나왔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나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 빗소리 사이로 그 말은 또렷하면서도 멀리 아른거리는 듯 들려왔다.
“응? 응?! 그거 무슨… 시조 같은 거야?”
그는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를 올리더니 멋쩍게 말했다.
“… 드라마 도깨비 대사예요.”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서야 알았다.
그때는 집에 TV가 없어, 그 유명한 드라마도 대사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괜히 멋을 부리려다 들킨 듯, 빗속에서 머쓱하게 웃던 그의 표정은 지금도 내 기억 속에서 빗방울처럼 투명하게 반짝이며 잔잔히 물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