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밀한 빛과 어둠
GBM : Daniil Trifonov 연주 Rachmaninoff – Vocalise, Op.34 No.14
올가 페레탸코(Olga Peretyatko)가 부른 성악 버전출처: Olga Peretyatko, Rachmaninoff Vocalise
찰칵, 열쇠 구멍 너머
숨결처럼 스치는 시선.
어둠 속 흘러내리는 검은 그림자.
사랑을 불러 본 적 있었을까.
그저 타인의 갈망을
거울처럼 비춰왔을 뿐.
은하수처럼 흩날린 조각들
그 빛은 흰 천 위에 스며들어
연한 선홍빛 물결로 젖어든다.
붉은 달이 피어오른 밤,
밀폐된 정원.
촉촉한 공기 속 스친 손끝,
불꽃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순간, 붙잡힌 흰 꽃은 떨리며
은은한 붉은 향을 흘리고
밤의 어둠 속 조용히 춤을 춘다.
숨결은 칼날처럼 예리해
상처와 갈증을 남기고.
닿을 수 없는 꽃의 심장은
입 맞추는 순간 독으로 번진다.
그 모든 유혹과 위험조차,
밤은 삼켜
끝내 어둠 속에서만
가라앉은 숨을 내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