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그리고 운명

아침 정원 속 사랑

by 소이
《Cupid and Psyche (Psyche Revived by Cupid’s Kiss)》 — Antonio Canova, Louvre Museum

BGM: 조성진 / Ravel: Jeux d’eau


아침


비단결 같은 햇살이 흘러내리던 순간,

너는 그 빛을 손에 감싸 쥐고

내 흘러내린 머리칼을 살며시 묶어 올려주었다.


내 마음 깊은 곳, 가시 돋은 백장미 덩굴이

허공을 파고드는 사이

조금씩 너의 몸에 번져 들어

살며시 너를 감싸 안았다.

시나브로.


곁을 떠날 수 없는 은밀한 결박,

멀리 흩어져버린 종소리.

우리의 시간만이 고요히, 환하게 타올랐다.


정원의 창틈으로 숨어든 바람은

너의 숨결과 어우러져 향기로 번졌고,

그 향기는 들숨 깊숙이 스며들었다


세상도 잊고 시간도 공간도 잊은 채

오직 서로의 온기만을 나누며

우리는 꽃잎처럼 가볍고

운명처럼 깊은 사랑에 잠겼다.


다음 생이라 해도

그 아침, 너의 빛으로 다시 피어나리.


사랑은 빛만이 아니어서

너의 가슴속 깊이 뿌리내려

때론 상처로도 피어나는 것.

내 가라앉은 숨이

핏빛 네 심장 삼키며

붉은 꽃이 되어

네 가슴을 찢고 자라는 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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