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태연했지만(가벼운 어둠의 한 조각)
일식집, 여자 동기 하나가 청첩장을 돌리고 있었다.
“와줘서 고마워, 소이야.”
웃으며 내민 그 종이 위로 부드러운 불빛이 흘렀다.
술을 마시지 않는 나를 위해, 그녀는 아부리 연어를 시켰다.
“여기 특히 아부리 연어 잘해. 네가 좋아할 것 같아.”
겉만 불에 살짝 그을린 연어. 표면은 익었지만 속은 여전히 차갑고 날것이었다. 우리의 웃음과 대화도 그랬다. 겉은 태연했지만, 속은 아직 덜 익은 채로 남아 있었다.
늦게 들어온 동기 오빠가 있었다. 그는 자리도 따뜻해지기 전부터 술잔을 연거푸 비웠다. 손등이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나도… 결혼하고 싶다.”
말끝이 울컥하며 흔들렸다. 눈가에 금세 물기가 차올랐다.
연못이 있는 집에서 자랐다던 사람, 지위 있는 어머니 밑에서 버틴 사람. 까칠했지만 나에게만은 이상하게도 부드럽던 오빠.
여자친구랑 결혼하고 싶은데 여자친구를 부모님이 인정해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싸웠고 헤어질 거 같다고. 그날의 그는 아이처럼 무너지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그는 내게 다가와 말했다.
“할 말이 있어.”
나는 그를 따라 음식점 밖으로 나갔다. 전등빛에 비친 먼지가 빙그르르 돌았다.
그는 갑자기 내 팔목을 움켜쥐었다.
“같이 가자.”
“네?”
“나랑… 밤 같이 보내자. 나 좀… 잊게 해 줘.”
술기운에 젖은 목소리는 떨렸고, 입술이 가까워졌다. 나는 두 손으로 힘껏 밀쳐냈다.
“오빠, 너무 취했어요. 정신 좀 차리세요.”
근처 편의점에 끌고 들어가 숙취해소제를 억지로 사 먹였다. 형광등 아래서 그는 병을 붙들고 벌컥벌컥 삼켰다. 병에서 삼킨 액체는 끝내 내뱉지 못하는 말의 잔여물을 같았다. 나는 택시를 부르고, 그의 집 주소를 확인해 태워 보냈다. 떠나는 차가 약간 비뚤게 흔들렸다.
다음 날 그는 짧게 말했다.
“미안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해해요. 그냥…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해요.”
그 말에 우리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웃었다.
얼마 후, 나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그가 원해 함께 모임에 갔다. 남자친구는 노골적으로 ‘이 여자는 내 여자다’라는 태도를 드러냈다. 나는 이유도 모른 채 울컥했다. 그 순간, 그 동기 오빠가 울고 있었다.
그날 이후, 남자친구는 집요하게 물었다.
“왜 그 사람이 울었지?”
“저도 몰라요.”
“몰라? 네가 모른다고? 그럼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해?”
목소리는 낮았지만 칼날 같았다.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 모르겠어서.
다만 알았다.
그는 특이한 사람이었다. 겉은 불길에 스쳐 단단해졌지만, 속은 차갑게 덜 익은 채, 아부리 연어처럼 여전히 흔들렸다.
불쑥 잡힌 팔목의 기억, 형광등 아래 빙글빙글 돌던 먼지, 어린아이처럼 울던 얼굴.
나는 끝내 그에게 어떤 감정도 허락하지 않았다.
다만 그 모든 건, 아직도 내 속 어딘가 차갑게 남은 조각처럼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