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달 아래

감정의 잔향을, 그림으로 덧붙였습니다.

by 소이

큰 회색 달이 들판을 적셨다.

바람조차 멎은 밤,

상처 입은 늑대와 마주했다.


그의 눈엔 낯선 불빛이 있었다.

그 빛이 내 가슴을 스치자,

숨이 짧게 흔들렸다.


늑대의 눈에

익숙하지 않은 온기가 스며들었다.

아직은 순수했지만, 곧 타오를 빛이었다.


그는 말없이 다가와

체온으로 말을 걸었다.

그 순간, 내 안의 고요가

조용히 깨어났다.


시간이 흘러,

그는 무리를 이끄는 자가 되었다.

폭풍 속에서 절제를 배우고,

적막 속에서 자신을 단련했다.


잃을 것이 많은 자,

그의 침묵은 부드럽지만 날카롭다.


오늘 밤,

그는 언덕 위에서 나를 바라본다.

나는 고개를 숙인다.

그건 두려움이 아닌, 기억의 인사.


달빛이 천천히 내려와

무언의 그림자를 하나로 묶는다.


James McNeill Whistler, 《Nocturne: Grey and Gold - Chelsea》, 1871
밤의 숨이 멎은 듯 고요한 순간,
회색 달빛은 세상의 모든 소리를 덮는다.
그림자는 언덕의 형태를 잃고, 물 위엔 시간만이 남는다.

휘슬러의 색은 말보다 느리다.
빛과 어둠이 맞닿는 경계에서
사람은 사랑보다 오래된 감정을 배운다.
절제, 기다림, 그리고 잊지 않음.

달빛이 비춘 것은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표면.
그곳에서, 모든 것은 결국 하나의 고요로 묶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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