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 짙은 밤

by 소이

달무리가 유난히 짙은 밤,

그는 가시덩굴 속에서 나를 불렀다.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판단도, 사랑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는 “너 아니면 안 되겠어”라며

순간 나를 품에 안았다.

발끝이 닿지 않은 채,

나는 그의 모래시계 속

흘러내리는 모래가 되었다.


비는 애증처럼 내리고,

천둥은 존재를 흔들었다.

시간은 똑딱이며 떨어졌다.

순간이 모두 흘러내리면

우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다.


비가 그치고, 달이 차오르자

달빛 아래 그의 눈이

사랑의 이름으로

소유를 물었다.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푸른 냉기가 흘렀고,

그 빛이 내 숨을 조여왔다.


그때야 알았다.

내 힘으로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강을 건너는 자의

아련함이 순간 마음에 새겨졌다.

모든 온기 사그라들 무렵,


내 눈동자 속엔

슬픔과 체념,

아름다운 빛이

힘없는 미소처럼 번졌다.


그 순간,

그는 울부짖으며

달빛 속에 몸을 감췄다.


뜨겁도록 푸른빛이 꺼지자,

그는 다시 조용히 나를 안았다.


Marc Chagall, The Lovers and the Moon
달빛 아래 남은 건 깊은 체념이었다.
그 체념조차 여전히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




월,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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