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무리가 유난히 짙은 밤,
그는 가시덩굴 속에서 나를 불렀다.
나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판단도, 사랑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는 “너 아니면 안 되겠어”라며
순간 나를 품에 안았다.
발끝이 닿지 않은 채,
나는 그의 모래시계 속
흘러내리는 모래가 되었다.
비는 애증처럼 내리고,
천둥은 존재를 흔들었다.
시간은 똑딱이며 떨어졌다.
순간이 모두 흘러내리면
우린 다시 그 자리로 돌아갔다.
비가 그치고, 달이 차오르자
달빛 아래 그의 눈이
사랑의 이름으로
소유를 물었다.
나는 답하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푸른 냉기가 흘렀고,
그 빛이 내 숨을 조여왔다.
그때야 알았다.
내 힘으로는
멈출 수 없다는 것을.
강을 건너는 자의
아련함이 순간 마음에 새겨졌다.
모든 온기 사그라들 무렵,
내 눈동자 속엔
슬픔과 체념,
아름다운 빛이
힘없는 미소처럼 번졌다.
그 순간,
그는 울부짖으며
달빛 속에 몸을 감췄다.
뜨겁도록 푸른빛이 꺼지자,
그는 다시 조용히 나를 안았다.
달빛 아래 남은 건 깊은 체념이었다.
그 체념조차 여전히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