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의 밤, 폴 바셋에서
12월 31일 저녁
종로의 골목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아직 남아 있었다. 바람은 매서웠고 공기에는 차가운 겨울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와 나는 폴 바셋 카페로 들어섰다.
디카페인 아메리카노 두 잔. 진한 향이 퍼지며 유리창 너머로 비치는 불빛이 일렁였다.
그가 말했다.
“카페인만 빠진 진짜 커피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모금 마시자 입안에 묵직한 고소함이 번졌다. 몸이 서서히 풀리며 마음까지 따뜻해졌다.
밖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가 갑자기 내 앞에 무릎을 꿇더니,
짧은 부츠와 내 다리를 조심스레 감싸 안았다.
“춥겠다.”
그의 손끝이 닿자 숨이 멎는 듯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정말 따뜻했다.
잠시 후 그는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빨간 원석이 달린 네잎클로버 목걸이.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나도 사실 준비했는데… 선배 구두요.”
그는 피식 웃었다.
“오해한다. 구두 선물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밖은 겨울 한가운데였지만 그 순간 카페 안의 공기는 봄처럼 따뜻했다. 우리는 오래도록 커피잔을 손에 쥔 채 말없이 웃었다.
커피 향과 그의 체온, 그리고 종로의 밤.
그해의 마지막 하루가…
그렇게 조용히 식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