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 크리스마스 이브, 조금은 아픈 회상
선배와 저녁 무렵, 카페에서 나란히 밖이 바라보이는 자리를 잡았다.
카페의 조도는 낮았고 캐럴이 잔잔히 흘렀다. 크리스마스의 공기가 유리창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선배는 굵은 목소리로 부드럽게 말했다.
“자기, 뭐 마실래?
무알콜 뱅쇼 커피 마셔볼래?”
“네, 그럴게요.”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도 겨울이 되면 뱅쇼가 유행이었다.
유리창 밖,
빨간 목도리를 두른 커플이 서로를 보자마자 자연스럽게 입을 맞췄다.
선배는 그 장면을 따라 시선을 두며 말했다.
“젊은 커플들 좋아 보이네.
자기야, 우리도 해볼까?
저렇게…”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봤다.
예전에 사랑을 가르쳐주던 그의 얼굴이 잠깐 겹쳐 보였다.
…
북유럽의 프라하 크리스마스 이브,
운명의 시계가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앞에서 크리스마스날 마셨던 따뜻한 뱅쇼가 떠올랐다.
…
크리스마스 마켓은 해가 완전히 진 뒤에야 제 얼굴을 드러냈다. 나무로 만든 작은 가판대들이 광장 둘레를 둥글게 둘러싸고 있었고 노란 전구들이 눈발 사이에서 느리게 흔들렸다.
사람들은 모두 두꺼운 코트 속에 몸을 숨긴 채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
뱅쇼가 담긴 종이컵,
막 구운 소시지,
설탕이 두껍게 묻은 쿠키.
김이 오르는 컵을 잡은 손 위로 시나몬과 오렌지 껍질 향이 차가운 공기 속에서 더 진해졌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짧게 번졌다 사라졌고, 사람들의 코끝은 모두 조금씩 빨갰다. 어디선가 작은 종소리가 울렸고, 아이들이 웃으며 뛰어다녔다. 그날의 추위는 사람들을 서로 더 가까이 있도록 만들었다.
광장 탑 한쪽 벽에 오래된 시계가 걸려 있었다.
시간만 알려주는 시계가 아니라
별의 위치와
해의 움직임,
낮과 밤까지
모두 품고 있는 모습.
크리스마스 정각이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시계 아래에서 누군가는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소원을 빌 듯 잠깐 눈을 감았다. 마치 그 시계가 각자의 시간을 잠시 멈춰 세워줄 수 있는 것처럼.
노란 불빛 아래 크리스마스 마켓은 열려 있었고, 나무 가판대 사이로 눈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우리는 그 시계가 보이는 쪽에 서서 뱅쇼를 마셨다.
컵에서는 김이 올랐고, 시계는 묵묵히 우리 머리 위에서 시간을 흘려보냈다. 컵은 뜨거웠고, 몸은 계속 떨렸고, 술에 취할 틈 같은 건 없었다.
그날은 미래를 묻기엔 너무 추웠고, 지금을 붙잡기에는 충분히 따뜻했다. 그 자리에 함께 서 있었다는 사실은 내 영혼에 한편에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남았다.
…
선배에게 미안했다.
그 감정이 먼저 올라와 눈물이 살짝 눈에 맺혔다.
선배는 잠시 코를 훌쩍이더니 아무 말 없이 나를 살며시 안았다.
“괜찮아.
나 다 이해해.”
조금 숨을 고른 뒤, 그는 웃듯이 말했다.
“내가 더 사랑하니까,
괜찮아.
정말이야…”
내 머리를 쓰다듬는 그의 손은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