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처럼 찾아온 그

어느 해, 동창과의 추억

by 소이


사귀는 사람이 없던 크리스마스이브였다.


밤이 꽤 늦었을 때 초등학교 동창 연우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날도 그는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한 시간 뒤에 볼 수 있겠냐고.


약속한 시간에 맞춰 도착한 연우는 아무 말 없이 차에 타라고 했다. 피곤이 얼굴에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억지로 숨기려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이브와 크리스마스는 같이 보내고 싶었다고 그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조금 고맙기도 했고 괜히 그가 귀엽기도 해서 짧게 웃었다.


커피라도 한 잔 하자는 그의 말에 우리는 테이크아웃을 했다.


그는 피곤하다며 칼로리 폭탄이 필요하다고 했고, 아주 달달한 딸기 음료를 골랐다.

나는 디카페인 커피 한 잔을 들었다.


차를 타고 천천히 도로를 달리며 캐럴을 들었다.

말은 많지 않았고 조용히 눈이 내렸다.

그 풍경이 크리스마스 같았다.


자정이 되자 연우는 선물이라며 와인이 든 초콜릿과

예쁜 크리스마스 가운을 꺼냈다. 내가 읽고 싶다고 했던 책 한 권도 함께였다.


나는 사실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다.

미안해질 만큼 그는 다정했다.


우리는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누고 금세 헤어졌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있구나… 싶었다.


크리스마스를 거창하게 만들지 않아도 서로 연인이 아니어도 그저 같은 차 안에 앉아 같은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 그 이상 묻지 않아도 답하지 않아도 충분한 사람과 보내는 시간.


첫사랑을 가르쳐준 그와 보내던 친구들과의 시끌벅적한 크리스마스 파티나 여행 속의 크리스마스와는

조금 다른 결이었다.


그날의 크리스마스는 트리도 파티도 없었지만

함께 흘러간 조용한 시간 덕분에 다정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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