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엉뚱한 순간도 커피와 함께라면…
약속 장소 근처에 일찍 도착했는데 웬일인지 카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유명한 남자 고등학교 근처.
어디든 잠깐 앉고 싶어서 골목을 슬슬 걸어가는데 모퉁이에 작고 아담한 카페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창문엔 화려한 여자 아이돌 사진이 잔뜩 붙어 있었다.
‘팬카페인가…?’
살짝 망설였지만
“뭐, 잠시만 앉았다 나가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카운터 직원 표정이 뭔가 애매했고 메뉴가 특이했다. 그저 평범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 문이 계속 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명, 두 명, 세 명…
전부 남자 고등학생들이었다.
어느새 가게는 남학생들로 바글바글해졌다.
서로 모르는 아이들 같은데 왜 이렇게 합이 잘 맞는지 당연한 듯 자리에 앉아 서로 핸드폰 배경을 보여주고 카드를 교환하고 누구 생일이네 뭐네 하며 떠들썩했다.
나는 조용히 커피만 홀짝였다.
‘아… 여긴 그냥 카페가 아니라 진짜 팬들의 성지였네.’
아이돌 얘기를 속삭이는 소년들 틈에서 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어른 하나. 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민망해서 컵만 만지작거리며 시선을 피했다.
그때 선배에게 카톡이 왔다.
“도착했어?”
나는 재빨리 답했다.
“네… 그런데 저 지금 팬카페 성지에 잘못 들어온 것 같아요. 여긴 카페라기보다… 남고 팬클럽 동아리 느낌인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선배가 숨을 약간 헐떡이며 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를 보더니 말도 없이 손을 잡고
“가요 가요” 하며 빠르게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그 모습을 본 남학생들 사이에서
“오~~~ 잘 어울려요!!”
라는 장난스러운 환호가 터졌다.
우리는 동시에 피식 웃었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커피 마시고 있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 여기 왜 있지…?’를
여러 번 반복했던 그 이상한 오후.
돌아보면 묘하게 재미있었다.
낯선 자리에서 낯선 내 모습 커피와 함께라면 …
가끔은 재미있는 추억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