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손에 들고 있던 건… 전 사랑의 그림자였을까…
갑자기 추워진 저녁이었다.
핸드폰이 진동했다.
“두타 앞에, 한 시간 안에 올 수 있어?”
“알겠어요.”
늘 그렇듯, 왜 그렇게 바로 대답했는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마침 근처였다. 동생이 바쁘다며 대신 코트를 좀 봐달라고 했다. 부탁받은 코트를 사러 백화점에 들른 참이었다. ‘자주 입을 것도 아니니까, 싼 걸로 골라줘.’ 그 말이 떠올라, 구경 겸 두타에 들렀다.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니, 답이 한참 없었다.
잠시 후, ‘복약지도 끝나서 이제 봤어. 괜찮다 :)’
메시지 뒤로 피곤한 일상이 느껴졌다.
점원이 큰 쇼핑백이 없다며 코트를 검은 비닐봉지에 넣어주었다. 그 봉지는 내 몸만큼 커서, 들자마자 팔이 저릿하게 뻐근해졌다.
그의 두 번째 문자.
“골목 안에 카페야.”
차에 둘까 하다가, 늦을까 봐 그대로 들고 걸었다.
검은 봉지가 바람에 휘청거릴 때마다 꼭 다른 사람의 그림자를 끌고 가는 기분이었다.
문을 밀자, 선배가 이미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처음 보는 남자 한 명이 함께 있었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내 손의 봉지로 향했다.
“그건 뭐야, 소이야?”
“아, 동생이 부탁해서 뭐 좀 샀어요. 늦을까 봐 그냥 들고 왔어요.”
그가 웃었다.
“들어올 때 보따리 장수인 줄 알았어. 너만 한 걸 들고 오네, 하하.”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인에게 자랑하듯 말했다.
“소이는 내가 부르면 이렇게 바로 와요.”
순간, 가슴 한편이 조금 뻣뻣해졌다.
그는 옆자리를 가리켰다.
“옆에 앉아.”
앉자마자, 그의 팔이 내 어깨를 스쳤다.
“우리… 잘 어울리죠?”
그 말에 맞은편 남자가 중얼거렸다.
“내 부인 닮으셨네.”
선배가 약간 흥분하며 남자분에게 말했다.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
그리고는 나를 보며 양해해 달라는 듯 설명했다.
“소이야 요즘 형, 많이 힘들어. 이혼할지도 몰라.”
순간, 공기가 식었다.
그날, 그분은 유난히 술을 많이 마셨다.
잔이 비워질 때마다, 술도 못 마시는 나는 어정쩡하게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선배는 그를 택시에 태워 보냈다.
그리고 돌아와, 내 손의 검은 봉지를 휙 집어던졌다.
“휴… 너 진짜 이런 거 들고 오면 내 얼굴이 어떻게 되니.”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빠가 누구 온다고 힌트라도 주시지, ㅎㅎ.”
그는 한숨과 미소가 섞인 눈으로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그날 밤, 거리는 유난히 쌀쌀했다.
가을의 끝자락은 언제나, 이렇게 차갑게 마음으로 스며드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