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j, 하얀 도화지
사귀거나 썸 타던 사람들도 비슷하게 말을 하곤 했다…
퇴근한 그가 서늘한 옷깃으로 나를 품에 꼭 안고 가끔 이렇게 말한다.
“너, 도망가고 싶어 안달 난 여자 같아.”
그 말이 농담처럼 들릴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상하게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다 주지 못하는 마음을 들킨 듯했다.
나는 도망치고 싶었다. 사랑이 무거워질수록, 나 자신이 희미해지는 게 두려웠다. 그렇다고 그를 미워한 적은 없다. 다만 그가 아닌 나로 존재하기 위해 한 발짝 물러서고 싶었을 뿐이다.
그의 말은 마치 덫 같았다. 벗어나려 할수록, 그 말속으로 더 깊이 걸려들었다. 그래도 나는 안다. 도망은 도피가 아니라, 나를 지켜내는 마지막 숨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