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는 낭만을, 난 사랑보다 중력을.
선배는 고기 냄새를 싫어했다. 하루 전, 핏물을 빼며 갈비를 손질했다.
달여진 간장 향이 집 안을 돌고, 표고와 밤, 대파는 제 빛깔을 내며 조용히 익어갔다. 식탁 한쪽에는 선배에게 줄 작은 선물이 놓여 있었다.
문이 열리자, 바람보다 먼저 가을이 들어왔다. 그는 천천히 집 안을 둘러보다 식탁 위를 보고 미소 지었다. 젓가락을 들고 “괜찮네”라고 말할 때마다,
그의 목소리가 내 마음속에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춘다는 건 사랑보다 더 오래 남는 교감 같았다.
식사 후 나는 피아노 앞에 앉았다.
쇼팽의 ’ 발라드 4번‘ 음표들이 방 안을 떠다니며 저녁 공기와 섞였다. 마지막 음이 사라지자 그는 낮게 말했다.
“음… 좋다.”
그의 시선이 내 손끝에 머물렀다.
그리고 조용히 내 방 쪽으로 걸어갔다.
“이게 그 화장대야?”
“네, 어렵게 구한 외국 엔틱 화장대예요. 아껴 써야죠.”
농담처럼 말했지만, 그 순간 작은 정적이 깃들었다.
그가 다가와 나를 들어 올리듯 화장대에 앉혔다.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세상의 모든 소음이 멎었다. 선배랑 나는 열기를 나누었다.
선배는 우리의 연애 중 인상 깊은 순간을 남기고자 한 반면 난 사랑에 온전히 잠기지 못했다. 혹시, 화장대가 상할까 봐 조마조마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