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드라이브
출근 준비를 하던 나에게 그가 옆으로 바짝 다가앉았다. 어깨가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 머리카락 사이로 그의 손끝이 스쳤다.
“내 허락 없이 머리 자르지 마.”
장난처럼 말했지만, 눈빛은 묘하게 진지했다.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허락이라니, 그런 게 필요해요?”
그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전 여자 친구가 하루아침에 머리 자르고 나타났거든. 감히, 내 허락도 없이.”
나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전생에 왕이었어요?”
웃음이 번졌지만 그 안엔 어쩐지 설명하기 힘든 소유의 그림자가 스며 있었다.
출근길, 평소보다 먼 길로 핸들을 틀었다. 가로수들은 노란빛 붉은빛으로 아름답게 정렬되어 있었다.
가을 공기는 투명했고, 창밖의 햇살은 부드러웠다. 영화 한 장면 속을 달리는 듯 한 착각이 드는 날.
답답했던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