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작은 난로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를 잃지 않는다는 것

by 소이

내가 다닌 유일한 여학교는 고등학교였다. 미술 시간에 그림을 제출하던 나에게 선생님이 말했다.

“소이는 특이하게 매력적인 분위기가 있네.”


그때 옆자리 친구가 덧붙였다.

“소이, 인기 많았어요. 초중학교 때도 늘 남자애들 사이에 있었어요. 저도 친구하고 싶었는데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어요.”


그땐 잘 몰랐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니 그런 면이 있었다. 늘 웃으며 다가오는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 안에 특별한 의미 같은 건 없었다.


대학에 가서는 그런 공기가 사라졌다.

각자 바쁘고, 관계보다 삶이 앞서는 시기였으니까.

가벼운 CC 한 번, 그리고 사랑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한 사람이 있었다


물론 그땐 여대생이 자기 돈으로 밥을 사 먹으면 이상하다는 말이 있던 시절이었다. 밥을 사주고 영화를 보여주겠다는 남자 선배들이 종종 있었다.


결혼 정년기 사회생활이 시작되자 다시 그 공기가 돌아왔다.

누군가 농담하듯 말했다.

“혼자 독점하니 좋아? 인기 많은 선배들 다 소이 좋아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불편함이 밀려왔다.


교수님이 나를 아껴주셨을 때도 나는 그게 내 성실함 덕분이라 믿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서 들려온 목소리.

“소이, 예쁘잖아.”

그 한마디에 숨이 막혀 한참 동안 숨어 있었다.

며칠 동안은 몸까지 아팠다.


그 후로 한동안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조심스러웠고, 조용히 내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배워야 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안다.

세상에는 여러 온도가 있다는 것을.

그들의 따뜻함 속에도 불씨가 있고,

그 불씨가 언제든 나를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을.


이제는 웃으며 한 걸음의 거리를 둔다. 감사하지만 예의를 지키되 나를 잃지 않는다. 그들의 온도를 인정하되 나는 나의 온도를 지켜낸다.


이제는 안다. 나는 혼자서도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그리움은 있지만.


햇살 한 조각, 바람 하나,

좋은 음악과 책,

반신욕과 짧은 요가로도

삶은 충분히 충만하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다른 사랑에 빠지면 어떨 것 같아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 사람의 마음이니 어쩔 수 없죠.

숨기고 있다면 내가 밝혀낼 수도 없고요.”


나는 그저 내 삶을 따뜻하게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그와 함께 아름답게 삶을 살아내는 것일 뿐. 누군가 내 빈 마음을 채워 줄 수 있는 건 아니기에.


나를 향한 세상의 온도는 언제나 변한다.

하지만 내가 지켜야 할 온도는 언제나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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