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궁을 걷다

조용히 나뭇결을 따라가본 하루

by 소이


시원해진 날씨에

고궁을 걸었다.


이곳에서 많은 일이 일어났으나

지금은 멈춘 듯, 조용하다.


나무 냄새가 향기로웠다.


바람이 식혀둔 자리에

말보다 먼저 저녁빛이 앉았다.


날 선 것들,

찌르지 못한 심장들.


작은 그늘에 기대어

나무의 온기를 오래 내려다본다.


그러다 보니

나뭇결처럼 깊은 결이 드러난다.


그 결을 손끝으로 따라가니

마음속 물결이 잔잔히 일어났다.


생은 무심한 듯 흘러가지만,

그저 고요히,

우리에게 또 다른 깊이를 남길뿐.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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