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곡선에 머문 풍경소리

예전 글을 다듬어 브런치북에 담았습니다

by 소이

바람은 아직 낮은 숨을 쉬고,

기와 끝을 스치며 노오란 하늘빛이 번진다.


처마는 직선의 무게를 모르는 듯

끝자락을 살짝 들어 올려

하늘과 눈짓을 나누며,

그 곡선 위에 햇살 한 줌이 기울어 앉는다.


풍경소리는 그 곡선을 따라 흘러내리며

은빛 물결처럼 차갑고 길게 울린다.

한 번은 가볍게,

또 한 번은 오래도록,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마주 선 우리,

풍경소리에

말 한마디 없이

서로의 마음을 스치며,

그 곡선처럼 천천히 파동 되어

저녁빛에 흩뿌려진다.



화, 목 연재
이전 22화고궁을 걷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