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인 도널드 헵은 실험실의 쥐를 집으로 데려갔다.
1960년대부터 신경가소성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이후 동물 실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이 밝혀졌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이러한 개념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동기의 뇌에서 뇌세포는 성장을 멈추고 그 구조가 평생에 걸쳐 유지된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프레드 게이지 박사와 동료들은 신경 세포를 염색하고 그 숫자를 산출할 수 있는 기법을 이용하여 1997년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텅 빈 우리에서 갇혀 지낸 쥐에 비해 쳇바퀴, 장난감, 상호 교류 등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쥐의 해마 세포가 크게 증가했음을 밝혀냈다.
이후 게이지와 연구진이 성인의 뇌에서도 신경세포가 생성된다는 기념비적인 사실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말기 암으로 사망한 성인의 뇌에서 새로 생성된 신경세포의 숫자를 세어 이러한 사실을 입증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들로 인해 신경가소성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지금은 뇌과학의 핵심 주제로 자리 잡고 있다.
1986년에 리타 레비 몬탈치니는 축삭과 수상돌기의 성장을 도와 신경 성장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NGF(신경세포 성장인자)를 발견한 공로로, 2000년에는 에릭 캔델이 기억이 생성되는 메커니즘에 대한 신경가소성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신경가소성에 대한 선구적 연구자인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은 1940년대 후반 어느 날 실험실의 쥐를 집으로 데려갔다. 자녀에게 애완동물로 잠시 선물할 생각이었다. 이후 장난감과 풍족한 자극이 있는 환경에서 자란 쥐가 자극이 없는 단순한 환경에서 자란 쥐보다 뛰어난 학습 능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우연히 발견했다.
이러한 결과에 놀란 다른 과학자들은 이와 비슷하면서 더욱 정교한 실험들을 수행했고, 감각적 또는 사회적 자극을 많이 받은 쥐들은 텅 빈 우리에서 홀로 자란 쥐들보다 시냅스 구조가 더욱 견고하게 변했고, 수상돌기도 더 많아졌으며, 뇌의 무게도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변화가 단지 며칠 만에 일어났다는 점이다.
다른 연구도 많다. 숙련된 바이올린 연주자들의 왼손은 오른손에 비해 더욱 활동적이고 격렬하게 움직인다. 그들의 뇌에서 왼손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오른손에 비해 커져 있었다. 반면에 피아니스트는 양 손의 뇌 영역이 일반인에 비해 모두 커져 있었다. 피아니스트는 양 손을 비슷한 정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은 검지 손가락의 촉각을 이용해서 점자책을 읽는다. 이들의 뇌에서 검지 손가락의 촉각을 담당하는 영역이 일반인보다 더 컸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청각 담당 뇌 부위는 별로 쓰이지 않았기 때문에 시각 기능으로 재할당 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라마찬드란은 ‘두뇌 실험실’이라는 책에서 신경가소성의 명확한 사례를 보여준다. 팔다리 절단 환자의 뇌에서 절단된 신체 부위를 담당하는 뇌 영역이 48시간 혹은 그 이전에 매우 빠르게 재구성되었다.
새로운 정보를 계속해서 배우고 암기하면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더 커진다. 이도 신경가소성 덕분이다. 런던 택시 기사 시험은 영국에서 가장 어려운 암기 시험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수도 런던 중심가만 하더라도 시내를 관통하는 경로 320개, 약 2만 5천 개의 거리와 수백 곳의 명소가 있다. 기사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것을 온갖 조합으로 외워야 한다.
맥과이어와 연구팀은 면허 취득을 신청한 79명의 뇌를 MRI 스캔하여 해마 크기를 측정했다. 79명 중 39명만이 시험을 통과했고, 이들의 뇌를 다시 스캔하니 교육 과정 전보다 해마가 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대조군이나 시험에 떨어진 지원자들보다 해마가 컸다. 시험에 탈락한 지원자들의 해마 크기는 교육 전과 후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경험을 하는 시기는 신경가소성에 영향을 준다. 12세 이전에 현악기를 배운 사람이 12세 이후에 배운 사람들보다 왼손 손가락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더 큰 것으로 나왔다. 어릴수록 신경가소성이 더욱 잘 일어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