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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성범 Nov 01. 2020

48 건강한 뇌 만들기. 일곱 번째 이야기

장내 세균이 뇌에 영향을 주어 성격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

<건강한 식생활>


우리의 피부 세포는 한 달마다, 적혈구는 4개월마다 완전히 교체된다. 수년이 지나면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모든 원자들이 새로운 원자로 대체된다. 이때 새로운 세포를 이루는 구성 성분은 우리가 먹는 음식으로부터 얻는다. 섭취한 음식을 소화시켜 아미노산을 생산하고 신경전달물질을 만들어서 우리가 먹는 음식을 토대로 뇌의 생물학적 환경이 조성된다. 그렇다고 지나친 식생활은 금물이다. 필요 이상의 과식은 뇌혈류의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며, 독소로 작용하여 신경계를 교란시켜서 집중력, 기억력, 통제력을 떨어뜨리고 머리를 멍하게 한다.


뇌의 60퍼센트는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불포화 지방산은 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오메가 3인 알파 리놀렌산과 오메가 6인 리놀레산은 체내 합성이 안되기 때문에 음식으로 섭취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을 필수 지방산이라고 한다. 알파 리놀렌산은 체내에서 EPA와 DHA로 전환되며, 리놀레산은 아라키돈산으로 전환된다. 이들은 모두 불포화 지방산이며 불포화 지방산은 포화 지방산에 비해 유동성이 있어 주로 액체의 형태를 띠며, 뇌세포를 구성하고 심혈관 질환 예방에 관여한다.


알파 리놀렌산이 EPA와 DHA로 전환되기는 하지만, 전환 효율성이 낮고 현재의 영양 상태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들을 직접 섭취하는 것이 좋다. EPA와 DHA는 생선이나 식물성 지방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식물성 지방이 좋은 것은 아니다. 미국 심장학회는 코코넛 기름은 동물성 기름처럼 LDL 콜레스테롤 혈중 수치를 크게 높이므로 이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코넛 기름의 포화지방 함량은 83퍼센트로 이는 버터, 육류 지방보다 많은 수치이다.


신경세포의 시냅스에는 높은 농도의 DHA가 있다. DHA는 세포막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한다. 이는 수용체가 신경전달물질과 원활하게 결합하여 정확한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며, 신경가소성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드럽고 유연한 막은 변화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DHA가 부족하면 세포막이 손상되고 심하면 세포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필수 지방산과 고밀도 콜레스테롤은 수초의 형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초는 전선의 피복과 비슷한 역할을 하며 신경전달 속도를 높여주는 기능을 한다. 반면에 포화지방산은 세포막을 경직시켜 신경가소성을 떨어뜨리며 심혈관 질환의 주범이기도 하다. 포화지방산은 붉은색 육류, 동물성 지방, 달걀의 노른자, 버터 등에 많다.


오메가 3와 오메가 6을 무조건 많이 섭취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오메가 3와 오메가 6은 다른 지방산으로 전환될 때 같은 효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한쪽이 지나치게 많으면 다른 쪽이 부족하게 된다. 오메가 6을 과잉 섭취하면 염증 반응, 혈전 생성을 유도한다. 오메가 6은 참기름, 해바라기유, 옥수수유, 콩기름에 풍부한데, 평상시에 음식을 통해 이를 충분히 섭취하므로 신경 써야 할 쪽은 주로 오메가 3이다. 오메가 3에 비해 오메가 6의 비율이 높을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적절한 양의 오메가 3 섭취는 긍정적인 기분이 들게 하며, 염증반응과 산화 스트레스를 억제한다. 건강한 오메가 3와 오메가 6의 섭취 비율은 1:1~4이다.


트랜스지방도 피해야 한다. 패스트푸드, 쿠키, 마요네즈, 크래커, 케이크, 마가린, 일부 샐러드드레싱, 오래 튀긴 음식이나 튀김류 등에 트랜스지방이 있다. 이것은 나쁜 콜레스테롤인 LDL을 증가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인 HDL을 감소시킨다. 트랜스지방은 식물성 불포화 지방이 금속 조리 기구에서 오랜 시간 가열되면 생성된다. 그래서 자주 갈아주지 않은 기름으로 튀긴 음식은 몸에 매우 해롭다. 트랜스지방은 체온에서 고체로 존재하므로 포화지방처럼 세포막을 경직되게 한다.


인공 지방인 반경화유도 트랜스지방과 마찬가지이다. 반경화유는 좋은 맛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음식의 유통기한을 연장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트랜스지방과 마찬가지로 빵, 케이크, 크래커, 포테이토 칩, 마가린 등에 있다.


해로운 음식을 멀리하고 건강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방법이 뇌를 위해 가장 좋지만, 바쁜 현대 일상에서 이를 지키기는 쉽지 않다. 이럴 경우 종합비타민과 미네랄 보조제, 오메가 3을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 오메가 3은 고등어, 꽁치, 삼치, 연어, 멸치 등에 풍부하므로 일주일에 1~2회 생선을 섭취하면서 보조제를 복용하면 더욱 좋다.


과다한 당분의 섭취는 뇌를 손상시키고 과잉 흥분이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당분은 ‘최종당화산물’이라는 물질을 형성하기도 하는데, 신경세포는 최종당화산물에 매우 취약하다. 최종당화산물은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킨다. 염증은 신경세포, 작은 혈관을 손상시키며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한 당분 대사가 느릴수록 해마의 크기가 작고 기억력이 나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기자이자 작가인 마이클 글로소스는 2주간 정제된 설탕을 먹지 않는 다이어트를 했다. 그는 과자, 초콜릿, 사탕, 흰 빵과 밀가루 음식, 주스와 음료수를 끊고 채소, 과일, 생선, 고기, 통밀로 만든 빵을 먹었다. 처음 며칠은 머리가 둔하고 온몸이 무겁게 느껴졌지만, 일주일 후부터는 과일이 더 달게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머리가 맑아지고 집중력이 높아졌으며 수면의 질도 향상되었다. 몸무게도 또한 줄어들었다.


식생활의 중요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식단을 조절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해로운 음식을 피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래도 간과하기 쉬운 몇 가지가 있다.


그중 첫 번째는 알레르기 유발 음식 피하기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음식은 모두 피해야 하는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모르고 섭취하는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 음식이 유발하는 증상은 신체적, 정신적, 행동적으로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몸이 가렵거나 천식, 두드러기 같은 신체적 반응은 금방 알아챌 수 있다. 하지만 과도한 당분 섭취 후에 아이들의 행동이 과격해지는 것처럼 행동이나 정신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부모나 본인도 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어떤 음식이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알려면 때로는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행동장애나 학습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알레르기 음식을 피하는 식이요법을 하여 증상이 줄어들거나 확연히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치료도 효과가 없었던 만성 무릎 통증 환자가 밀가루 음식을 끊고 수 십 년간 지속되던 통증이 사라지는 경우도 목격했다.


알레르기 유발 음식으로 일단 의심이 된다면, 그 음식을 일주일 동안 절대 피하고 증상이 사라지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 증상이 사라진다면 알레르기 유발 음식을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 알레르기가 의심되는 음식이 여러 가지가 있다면, 가장 의심되는 것부터 순서를 정해 일주일 단위로 먹지 않으면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확인한다. 특히 밀가루 음식에 있는 글루텐이나 유제품에 있는 카세인은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쉬우므로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두 번째는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장 내 환경이 건강해야 한다. 장염이 있거나 장점막이 손상되면 체내로 흡수되지 않아야 하는, 소화가 덜 된 음식물이나 유해균에 의해 생성된 독성 물질들이 장점막을 투과하여 혈관을 타고 온몸을 순환하게 된다. 뇌에 도달하면 신경계를 교란시키거나 세포를 과흥분 또는 과소 흥분시켜서 정서적, 행동적으로 여러 가지 증상을 일으킨다. 이런 경우 알레르기 음식을 피하고 유산균 같은 장내 유익균과 부족한 비타민, 미네랄을 섭취하여 장 내 환경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일랜드 국립대의 존 크라이언 교수의 연구는 장내 세균이,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뇌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장내 세균이 전혀 없는 쥐는 정상적인 장내 세균을 가진 쥐보다 덜 사회적으로 행동했고 다른 쥐들과 보내는 시간도 적었다. 불안 행동을 보이는 쥐에게 대담한 행동을 하는 쥐의 배설물을 이식한 이후에는 불안 행동을 보인 쥐가 이전에 비해 더욱 사교적인 행동을 보였다. 또한 특정 장내 세균을 투여받은 쥐들은 불안과 스트레스 대응능력이 향상했다. 이는 장내 세균이 뇌에 영향을 주어 성격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세 번째는 적게 먹기이다. 리키 콜만 연구팀은 30퍼센트 적은 칼로리 제한 식사를 한 붉은털원숭이의 수명이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체지방이 많으면 뇌에도 안 좋은 영향을 주는데, 특히 엉덩이 지방보다 복부 지방이 더 안 좋다. 복부 지방이 많으면 염증성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의 수치가 높다는 연구가 있다. 염증과 관련이 있는 사이토카인은 뇌 성장인자의 수치를 떨어뜨리거나 우울증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 국립노화연구소의 연구소장을 역임한 존스홉킨스 대학 신경과학 교수인 마크 매트슨은 음식을 적게 먹을 때 나타나는 신체 변화는 매일 한 시간씩 운동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하고 있다.



커버 사진: Photo by Casey Le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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