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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E vs KIND





당신은 나이스한 사람인가? 아니면 친절한 사람인가?


하나는 영어 단어(나이스)를, 다른 하나는 우리말 단어(친절한)를 썼을 뿐 결국 같은 질문 아닌가? 마치, 당신은 마른 사람인가? 아니면 홀쭉한 사람인가?라고 묻는 것처럼 어이없는 질문이라고까지 생각할 수도 있다. 더욱이 nice에 대한 우리말 번역이 "친절한 / 다정한"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으니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로서는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일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어권에서는 being nice와 being kind를 굳이 구분하려는 시도들이 존재한다. 실제로 ChatGPT에 이 둘의 차이를 물어보면 아주 친절하게 예시까지 들어가며 답을 해준다.


둘을 애써 구분하려는 시도에 따르면 결정적인 차이는 행동의 "의도"에 있다. "being nice"의 의도는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고 "being kind"의 의도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다. ”저 사람 참 나이스 해“란 말은 그 사람의 매너가 신사적이고 따뜻하다는 의미와 함께, 타인에 대한 진정성 있는 친절은 없을 수도 있다는 미묘한 뉘앙스를 동시에 담고 있다. 타인에게 친절하고 관대하고 따뜻한 행동을 하지만 그 행동이 결국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위하거나 자기만족을 위한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이 담겨 있는 것이다. 미드나 할리우드 영화에서 "He/she is nice, but.... "이라고 말끝을 흐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바로 이 때문이다. <더글로리>에서 최혜정이 하도영을 “나이스한 X새끼”라고 부른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반면에 "being kind"는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 있는 행동을 반드시 포함한다. 친절한 사람은 때로는 상대방이 듣기에 거북한 말을 하기도 하고, 상대방의 요청을 거절하기도 한다. 나이스한 사람은 절대로 하지 않는 행동이다, 그런데도 그가 친절한 사람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의 행동이 상대를 진심으로 위한 것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결국, 타인에 대한 배려가 나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상대를 위한 것인가에 따라 어떤 사람은 나이스 하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사람, 어떤 사람은 나이스 하지는 않지만 친절한 사람으로 평가받게 된다.


이는 empathy와 sympathy의 구분처럼 아주 미묘한 차이다. 더욱이 이런 류의 차이에 관한 질문이 자신의 지적 수준을 은근히 드러내기 위해 밈처럼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쁜 나쁜 질문이기도 하다. "당신은 empathy와 sympathy의 차이를 아시나요?" 류의 질문은 마치 "도를 아시나요?"라는 질문처럼 "나는 네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지요" 같은 유치함과 오만함이 배어 있어서 피하고 싶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nice와 kind의 차이를 더 생각해 보려고 하는 이유는 둘의 차이가 제니퍼 크라커(Jennifer Crocker)라는 심리학자의 생각과 묘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크라커는 우리의 행동 의도는 크게 두 가지 목표에 따라 구분된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자기 이미지(self-image) 목표"이고 다른 하나는 "연민의(compassionate) 목표"이다. 


우리가 자기 이미지 목표에 따라 움직일 때, 우리는 상대방과의 갈등을 되도록 피한다. 좀처럼 "No"를 하지 않는다. 상대의 행동이 비윤리적이고 상식을 벗어나는 경우에도 상대에게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해서 결국 내 이미지를 지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연민의 목표를 가지고 있을 때, 우리의 모든 관심은 상대방의 웰빙에 집중된다. 진정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하려고 한다. 설령 그 때문에 상대방과 갈등이 생기더라도 상대방을 도덕적으로 옳은 길로 이끌려고 노력한다.


놀랍게도 우리는 상대방의 두 가지 의도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 낸다. 리더가 연민의 목표를 가진 것처럼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자기 이미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팀원들 모두가 알고 있다. 리더만 모를 뿐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도를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타인은 우리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친절한 사람인 양 행동했지만 실은 나이스한 사람에 불과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점을 나만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에 쥐구멍을 찾고 싶을 정도로 얼굴이 화끈거린다. 이제라도 친절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친절한 말을 하고, 친절한 행동을 해야겠다. 나이스한 말만 하지 말고, 무심하게 보일지라도, 때로는 냉정하게 보일지라도 친절한 행동을 하자.



나는 나이스한 사람인가? 아니면 친절한 사람인가?  




P.S. 이 틈을 타서 X가지 없게 행동하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행태를 친절함으로 포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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