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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손을 잡는 이유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고 아낀다면, 말없이 손을 꼭 잡아 보자.






대립하던 개인들과 세력들이 화해하고 새로운 출발을 시도할 때, 우리는 그들이 ‘손을 잡았다’라고 표현한다. 서로의 발을 잡았다거나 서로의 귀를 잡았다고 표현하지 않는다. 실제 발목을 잡았다는 표현은 상대의 앞길을 방해하는 행위를 표현할 때 쓰는 표현이다.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감의 강도가 강해지면, 반드시 거쳐 가는 단계가 손을 잡는 것이다. 손을 잡지 않고 더 깊은 애정의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다.


88 올림픽 공식 주제가도 “손에 손잡고(hand in hand)”였다.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우리 사는 세상 더욱 살기 좋도록

손에 손잡고 벽을 넘어서

서로서로 사랑하는 한마음 되자 손잡고 ~



손에 손잡고 _ Koreana (1988)






우리는 왜 손을 잡을까?


매디슨(Madison)이라는 미국 도시에는 미국의 유명 주립대학인 위스콘신 대학이 있다. 이 대학 연구팀이 인간이 손을 잡는 이유에 대한 흥미 있는 연구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들은 부부 사이가 매우 좋은 열여섯 쌍의 젊은 부부를 연구에 참여시켰다. 남편의 평균 나이는 서른셋, 부인의 평균 나이는 서른하나였다. 일부러 사이가 좋은 부부들만을 선별해서 연구에 참여시켰다. MRI 장치 속에 부인을 들어가게 한 후 뇌 영상을 촬영하는 실험이었다.


그런데 매우 특이하게도 부인의 발목에 전기 충격 장치를 설치하고, 20%의 확률로 전기 충격이 가해질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 MRI 검사를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익히 알겠지만, 그 기계 속에 있으면 강렬한 소리가 발생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불안해지는 상황인데, 자칫하다간 전기 충격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니 부인들이 경험하는 불안과 공포가 얼마나 클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 이 절차가 여러 번 반복되는데, 어떤 시행에서는 남편이 부인의 손을 잡아 주었고, 다른 시행에서는 모르는 남성이 부인의 손을 잡아 주었으며, 또 다른 시행에서는 아무도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부인들은 자신들이 경험한 불안의 정도를 보고하였다.


결과가 아주 흥미로웠다. 아무도 손을 잡아 주지 않았던 시행과 비교했을 때, 남편이나 모르는 사람이 손을 잡아 주었을 때, 불안과 고통을 경험할 때 반응하는 뇌 영역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본인이 실제로 경험했다고 보고한 불안의 정도도 낮게 나타났다.


남편과 낯선 사람 사이의 차이는?

물론 존재했다. 남편이 손을 잡아 준 경우에, 뇌의 일부 영역에서 나타나는 활동이 현저하게 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그 정도는 부인이 남편과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는 정도에 비례했다. 


인간의 삶에서 불안과 고통을 완벽하게 피하기는 어렵다. 인생의 코너 코너마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존재하고, 그 어려움은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유발한다. 이는 다시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켜, 우리 몸과 마음에 매우 부정적인 결과들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인간은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한 많은 방법을 고안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중에는, 자기의 내면을 다스리는 내적인 시도들이 존재한다. 명상을 하거나, 감사 일기를 쓰는 등 우리의 내적 자원들을 강화시켜 스트레스를 이겨내려고 노력한다. 때로는 외적인 자극들을 이용하기도 한다. 술을 마시거나, 음악을 듣거나, 놀이 공원에 가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친밀한 관계를 통한 지지와 위로이다. 부정적인 정서를 조절하는 방법으로 으뜸이 바로 사회적 조절(Social Modulation)인 것이다.


관계의 단절과 그로 인한 외로움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치명적이다. 글자 그대로 우리를 죽일 수 있다. 미래 사회의 가장 큰 팬데믹은 바로 외로움이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경고한다. 오죽하면 영국이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를 만들었겠는가.


우리가 손을 잡는 이유는 서로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조절해 주기 위함이다.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람,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 좌절하고 있는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그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가족에게 우리는 손을 잡아 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친구를 장례식장에 남겨 놓고 떠나올 때 우리는 그의 손을 잡고 한참을 걷는다. 말없이 그냥 손을 잡고 걷는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동료가 복도에서 걸어올 때, 우리는 달려가 그의 두 손을 잡는다.


정치적 사업적 목적으로 악수가 남발되는 시대이기에 우리에게 더 간절히 필요한 것이 서로의 손을 잡아 주는 것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내 손을 잡아 줄 사람이 있는지 자문해 보라.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고 아끼는데,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내일 아침 그를 만나거든 말없이 손을 꼭 잡아 주라. 그 순간, 그와 당신의 뇌는 “I am you. You are me”이라는 시그널을 주고받으며 조금 더 줄어든 불안으로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I am you,
You are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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