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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향유와 절제의 대환장 파티





"가족과 싸우지 않고 추석을 잘 지내는 방법이 있을까요? 심리학자의 조언이 궁금합니다"


명절이면 으레 던지는 질문이지만, 결코 가벼운 질문이 아니다.


살인사건의 상당수는 모르는 사람에 의해서가 아니라, 알고 지내던 사람, 그중에서도 가족에 의해 저질러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족 살해 비율은 전체 살인사건의 약 5%를 차지한다. 부모를 살해하는 존속 살해와 자녀를 살해하는 비속 살인을 모두 합한 수치이다. 선진국보다 약 5배 정도 높은 비율이다. 


이런 위험천만한 한국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심지어, 몇 날을 좁은 공간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남성들의 공격성이 극대화된다. 좁은 공간에 여러 마리의 암컷 쥐를 놔두면 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수컷 쥐를 여러 마리 놔두게 되면 서로를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행동들이 나타난다. 인간이라고 다를 리 없다. 결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는 지상 최고의 위험한 파티가 이 땅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절제해야 할 두 가지와 남발해야 할 한 가지를 잘 지키면 된다.




첫째, 술을 매우 매우 매우 적당히 마셔야 한다.

명절에 술이 빠질 리 없다. 그러나, 단언컨대, 술이 과하면 아무리 명절 모임이고, 아무리 가족 모임이라도 사고는 생길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참아내겠다고 결심을 해도 술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추석을 잘 지내고 싶은가? 술을 적당히 마셔라.


여기엔 몇 가지 현실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집 안에 술을 많이 준비해놓지 말아야 한다. 여러 종류의 술을 구비해 놓는 것은 더더욱 피해야 한다. 한참 흥이 올랐을 때, 술이 떨어지게 되면, 누군가 마트에 가서 사 오는 수고를 하지 않는 이상, 술자리가 멈출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하나, 낮부터 마셔서는 안 된다. 피곤해서 먼저 자야겠다는 핑계를 대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적당량의 술을 저녁에 반주로 하는 것 정도는 괜찮다. 분위기가 이상해지면, 먼저 자야겠다고 일어나면 되기 때문이다. 


추석에 절제해야 할 두 번째는 정치 이야기다. 

사실 이 주제는 추석만이 아니라 어떤 사교 모임에서도 자제해야 하는 주제이다. 정치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가 아니다.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사람과 펩시콜라를 좋아하는 사람이 싸우다가 상대를 죽이는 일은 드물다. 맥도널드 파와 버거킹 파도 마찬가지이고, 찍먹파와 부먹파도 그렇다. 그러나 정치는 다르다. 정치적 견해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고 있어서, 잘못하다간 목숨을 건 싸움을 벌이기 쉽다. 거기에, 술까지 더해진다면?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도 몇 가지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추석 민심이라는 이름으로 뉴스 채널들이 정치 이야기를 꺼낼 가능성이 매우 크니 TV 뉴스는 함께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여러 첨예한 이슈들이 신문에 대문짝만 하게 실릴 가능성이 크니, 신문도 집안에서 치우는 게 낫다. 전을 부치기 위해 거실에 신문지를 깔 때는 꼭 스포츠면이나 연예면을 깔아야 한다. 정치면은 절대 금물이다.




추석은 절제의 자리만은 아니다. 추석은 철저하게 향유의 자리이고 만끽하는 자리이다. 

추석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한 가지를 남발해야 한다. 바로 칭찬이다.


삶의 모든 것이 절제의 대상은 아니다. 분노와 욕정은 절제의 대상이지만, 사랑과 기쁨은 절제의 대상이 아니다. 화를 너무 자주, 너무 과하게 내지 않도록 절제하는 것이 내적 성숙이라면, 사랑 표현을 너무 자주, 너무 과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절제하는 것은 절제의 남용이자 오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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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제하지 말아야 할 대상에 대해서는 선을 넘는 향유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특히, 사랑과 기쁨과 감사에 대해서는 무절제해야 한다. 추석 연휴 동안 우리의 감사 목록은 넘쳐야 하고, 감사 표현은 쉼이 없어야 한다. 명절을 위해 수고해 준 가족들에 대한 감사와 칭찬에는 무절제해야 한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들에 대한 격려와 지지와 칭찬에도 무절제해야 한다.


좋은 것도 과하면 독이 된다는 가르침을 너무 철저하게 받아온 나머지, 우리는 대상을 가리지 않고 절제하는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 과유불급의 가르침이 과유불급이 된 셈이다. 특히 칭찬에 관하여 그렇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한 해 동안 제대로 칭찬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이 3분의 2에 육박한다. 



추석에만 이라도 무조건 칭찬해 주자.
상대가 누가 되었든지.

우리 모두의 추석이 행복하고 안전하길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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