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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애 Jan 01. 2019

요리 하는 건 시간낭비 일까?

오감만족 

일과 결혼을 병행해야하는 

이 시대의 여성들에게 집안일 들은  

소위 시간낭비를 하는 행위로  

생각되어지곤 한다.  


나는 종종 내편에게 말했다.  


“우리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일주일에 한두번은 집안 청소 해주시는  

도우미를 쓰면 좋겠어.  

청소든 요리든 너무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더군다나 나처럼 자기계발 욕심 강한 여자라면  

집에 있는 시간 1분 1초를 활용해서라도  

나를 위한 시간으로 쓰고싶은 욕심이 있다.  

손수 요리를 해먹는 것도 시간 낭비라는 생각에  

퇴근 하고 들어오면 남편과 그저 ‘때우기’ 식  

저녁을 먹을때가 많았다.  

신혼이라 할줄 아는 요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보기도 한다.  


요리를 하는 시간이  

결코 시간을 낭비하는 일은 아니었다는 걸  

연말 긴 휴가 기간에  

집에서 손수 요리를  

몇 가지 하면서 느끼게 되었다.  


연말 휴가에 마침(?) 몸살에 장염까지 겹쳤고,  

그간 미뤄왔던 중요한 검사까지 받았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었고  

그 시간에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청국장, 비빔국수, 떡만두국, 시금치 무침,  

호박전, 돼지고기 김치찌개, 소고기 장조림.  

이게 내가 쉬는  

약 일주일 간 만들어본 음식들 이었다.  


요리를 할때  

우리는 오감을 모두 활용하게 된다.  

그리고 집중의 힘까지.  

오감을 다 활용하는 게  

정서적으로 좋기에 실제로  

요리나 미술(찰흙만지기) 등이  

심리 치료의 기법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촉감 

우리는 종일 손에 닿는 촉감은 주로 노트북 키보드,  

핸드폰 터치 스크린 이다.  

그리고 나의 경우엔 내편의 손,  

그리고 새벽 요가 수련 시간에 닿는  

요가 매트의 촉감 정도다.  

그 중에 80%는 키보드와 핸드폰이  

차지 하고 있다. 삭막하다.  

흙에서 자란 싱싱한 채소를  

직접 만지고 캐내지는 못해도 

 요리를 통해 우리는 다양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요리를 하면서 만지게 되는  

다양한 재료들, 그것들의 촉감은 모두 다르다.  

물컹하고, 퍽퍽하고, 부드럽고, 연하다 등등  

노트북과 핸드폰만 주로 만지작거린 내 손에  

다른 촉감을 안겨주는 호사를 누린다.  


미각 

요리는 당연히 미각이 빠질 수 없다.  

요리 초보인 나는 무조건 적게 넣고  

싱겁게를 기준으로 한다.  

짜버린 순간 그 음식을 구해낼  

노하우가 아직 나에게는 없으니까.  


시각 

제철음식의 경우  

그 재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또렷한 색깔을 볼 수 있다.  

시금치의 싱그러운 녹색,  

보기만해도 군침이 도는  

딸기의 영롱한 빨간색.  



청각 

호박전이 후라이팬 위에 올라가는 순간,  

시금치를 삶기위해  

물을 보글보글 끓이는 순간,  

찌개에 들어갈 대파를 써는 순간,  

고요한 주방에  

이런 재료들이 각자의 화음을 내준다.  

asmr이 별건가.  



후각 

시금치를 무칠 때  

고소한 참기름이 둘러지는 순간  

시금치는 무침 이라는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한다.  

청각 효과와 함께  

고소한, 매운, 구수한 향이  

함께 주방에 퍼진다.  

마치 4dx영화를 보는 것 처럼.   

영화 <내 키친> 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탄생하고,  

그 영화의 감독이 내가 되는 기분이다.  



그저 요리=시간낭비 

라고 생각했던  

나를 조금이나마 반성했다.  


이런 많은 경험과 자극을  

주는것이 요리 였다니.  


여전히 나는 요리에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할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나를 위해, 

내 소중한 사람을 위해  

내 힘으로 손수 만들어 

대접을 해줄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맛은 물론 장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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