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를 심어 놓은 단어 #8: 금요일 저녁 8시

불안함에 하루 종일 시달릴 때

by Better Me 김진세

위로를 심어 놓은 단어: 어차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한 일이 있다고 합시다. 하루 종일 걱정하는 것을 선택하면 하루 전체를 허비하게 되겠죠. 뒤로 미룰 수만 있다면 그때까진 적어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을 테고요. 금요일 저녁 8시를 고민 시간으로 정해드립니다. 불안과의 자리싸움에서 '지금 그리고 여기에'를 되찾는 몇 안 되는 좋은 방법입니다.



내 마음의 불청객, 불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의 종류가 있습니다. 그중에서 우리의 삶과 가장 가까운 감정을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무엇을 뽑으시겠습니까? 아마도 여러 감정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단 기쁨, 즐거움, 행복과 같은 긍정적인 감정은 제외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세상 속에서 살다 보니 저런 감정들이 좀 멀게 느껴지곤 합니다. 게다가 긍정 감정은 그냥 주어지지도 않습니다. 각박한 세상 탓에 꾸준한 노력을 해야 조금씩 얻어집니다. 좀 억울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그렇습니다. 그런데 반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아도 찾아오는 감정들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입니다. 원한 적도 없고, 반갑지도 않은데 너무 쉽게 마음의 빗장을 열고 들어오는 감정들. 그중에서도 제일 지긋지긋한 불청객은 불안입니다. 이 불안은 염려, 근심, 걱정, 초조, 조마조마함 같은 이름으로 찾아오곤 합니다.


결국 제가 죽는 것까지 생각이 이어졌어요.
그러고 나서야 생각이 멈췄어요.


불안을 호소하는 분들은 이렇게 이야기하시곤 합니다.

"또 갑자기 건강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그리곤 병원에 입원하는 상상이 되었어요. 주변 사람들이 다 힘들어하는 장면들이 이어졌고요. 특히 우리 아이.. 나 없이 지내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제 삶이 완전히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곤 결국 제가 죽는 것까지 생각이 이어졌어요. 사람들이 저를 바라보며 슬퍼하는 장면이요. 눈물이 쏟아졌어요. 온몸에 힘이 다 빠지더라고요. 그러고 나서야 겨우 생각이 멈췄어요."

"저는 이번 주에 양말이 다 닳도록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어요. 너무 초조하더라고요. 그리고 거실과 방에 티브이와 라디오를 다 켜놓았어요. 조용하면 더 견딜 수가 없어서요. 불편한 생각을 안 하고 싶은데, 머릿속에서 떠나지를 않아요."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서 회사에 간 남편에게 전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몰라요. 한 열 번쯤 한 것 같아요.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어요. 더 불안해졌어요. 나중에 남편은 회의 중이었다며 제게 화를 냈어요. 진짜 저도 제 자신이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벌써 10년이 넘도록 두통약을 먹고 있어요. 결혼한 후에도 엄마를 찾아가던 남편이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는 자기 누나를 찾아가네요. 정말 이 관계 속에서 나는 무엇인지 늘 불안하고 불편해요."

이런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 같지 않은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크고 작은 일들로 늘 불안해하며 하루의 삶이 부담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힘든 분들. 별것 아닌 흔한 감정이 걱정이고 불안인데,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더 답답한 분들. 그럼에도 특별히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열 명 중에 한 명

그냥 의지가 약해서 그런가 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많겠죠. 정말 내성적인 성격 혹은 약한 의지 탓이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안 관련 장애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2016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 번이라도 불안 장애를 겪게 되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9.3% 정도 될 것이라고 합니다. 알코올 사용 장애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여성이 가장 많이 겪는 정신 질환은 불안 장애라고 발표하였습니다. 조사를 시행한 2016년에는 불안장애를 겪고 있을 거라 추정하는 사람이 2,248,004명이나 되었습니다. 다른 어떤 정신 질환들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그러니 걱정이 유난히 많거나 불안하다고 해서 자신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열명 중에 한 명은 나와 비슷할 것이니까요.


50%짜리 확률의 불안거리들

상담소에서 걱정거리들을 듣다 보면 크게는 세 가지로 나눠집니다. 첫째,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불안. 둘째,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 모르는 미래의 일들에 대한 불안. 셋째,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은 일들에 대한 불안. 첫째의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 걱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불안해한다고 일어날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도 아니고, 일어나지 않을 일이 일어날 것도 아닐 테죠. 그리고 내가 실컷 불안해한 후에 그 일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 그건 너무 허무한 일일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두 경우에는 딱히 불안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그걸 알아도 불안해지는 마음이 문제입니다.



불안의 반대 세 단어 기억하기

도움을 얻으려고 인터넷을 뒤져봅니다.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을 이해해야 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균형을 이뤄야 하는데 항상성이 깨진 것이다, 편도체와 뇌섬엽이 과다하게 활성화된 것이다, 벤조다이아아제핀 등의 약을 먹어라, 숨쉬기를 해라, 생각을 멈출 수 있어야 한다 등 이런저런 설명이 나옵니다. 듣기는 듣는데 잘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나는 걱정이 많을 뿐인데 저렇게 복잡한 건가 싶기도 합니다. 하라고 하는 것들은 다 아는 것들 같은데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냥 머릿속에는 "-하면 어떡하지"만 쉼 없이 맴돌며 삶을 힘들게 합니다. 누군가 좀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답답하고 힘든 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소 불안으로 힘들어하던 것을 아주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작은 계단을 오른다고 생각하고 딱 세 단어만 기억하면 됩니다.

불안의 반대말이 무엇일까요? 보통 우리는 편안, 평안, 여유, 자신감 등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다음의 세 단어를 준비해봤습니다.

#1. 불안의 반대 = 이완. 불안의 반대말로 이완을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즉 몸의 긴장을 풀 수 있는 방법이면 무엇이든지 시도해 보는 것입니다. 뜨거운 물로 온몸이 쳐지도록 오래 샤워를 하는 것, 큰 심호흡을 반복하는 것(예를 들면, 3초 코로 들이쉬고, 5초 참고, 7초 입을 살짝 벌리고 길게 내뱉기 등), 몸을 웅크리고 전신에 힘을 꽉 주었다가 한 번에 풀기를 20번 반복하는 것, 유튜브에서 편안한 영상을 30분 이상 보는 것 (예를 들면, Scenic Relaxation 채널 등 좋은 영상 찾아 감상하기), 하루에 전신 스트레칭을 2-3번 하는 것 등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2. 불안의 반대 = 안전감. 불안의 또 다른 반대말로 안전감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안전감을 이해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발끝에 딱딱한 돌을 밟고 올라선 기분입니다. 이 안전감을 획득하기 위해선 현재 나에게 위협이 되는 것들을 기록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곤 두 가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는 그 기록한 위협들이 진짜 나에게 할 수 있는 실제 영향을 써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아이가 시험을 망칠 것 같습니다. 불안이 많으신 분들은 마치 그것이 이 아이의 인생 전체를 망칠 것 같은 크기의 불안을 느낍니다. 이때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시험을 망치는 것이 나에게 어떤 공격을 할까? 나에게 병이 걸리게 할까? 나를 죽게 할까?" 자꾸 이렇게 그 위협의 실제 영향을 파악하다 보면 나중엔 "그래 이건 사실 나를 실제로 공격하는 것은 아니지..."라고 좀 더 합리적인 생각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불안할까 그 이유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상담 기법 중에 하향식 화살 기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불안한 생각을 적고 아래로 화살표를 그린 후에 왜 그것이 불안한지 그 이유를 적습니다. 그리고 다시 화살표를 아래로 그리고 그것은 또 왜 불안한지 적는 것입니다. 이렇게 적어 가다 보면, 숨겨진 불안의 근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저 위에 아이가 시험을 망칠 것 같은 것아 불안하다고 적은 후 아래로 화살표를 긋고 그 이유를 적어봅니다. 아마도 좋은 대학 못 갈까 봐라고 적을 수 있겠죠. 또 화살표를 그리고 좋은 대학 못 가는 것이 불안한 이유를 적는 것입니다. 그럼 아마도 취직을 못할까 봐라고 적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적어 내려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내가 좋은 엄마라는 소리를 못 들을 까 봐", "내가 나중까지 아이를 책임지게 될까 봐", "아이가 나와 같은 인생을 살게 될까 봐" 등 숨겨진 이유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불안의 숨겨진 이유를 알게 되면,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게 됩니다.

#3. 불안의 반대 = 현재. 그리곤 불안의 반대인 현재에 집중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불안이 미래와 관련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그 미래는 내가 손을 댈 수 없으니 안절부절못하게 되는 것이겠죠. 이때 해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불안과의 자리싸움입니다. 누가 현재를 차지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싸움이죠. '지금 그리고 여기에'를 생각하며 불안을 밀어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좋은 전략을 세워야겠죠. 성경에 보면 "Therefore do not worry about tomorrow, for tomorrow will worry about itself /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이 말씀이 멋진 이유는 오늘의 걱정이 내일로 미뤄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미뤄진 걱정은 스스로 다뤄질 수 있음을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상담의 기법 중에서 "걱정 시간 정하기"라는 것이 있습니다. 걱정이 하루 종일 그리고 일주일 내내 힘들게 하기 때문에 이렇게는 편안함을 얻기가 힘듭니다. 그러니 아예 걱정할 시간을 정해놓고, 고민이 생길 때마다 그 시간으로 미뤄버리는 훈련을 하는 기법입니다. 그렇게 미루고 나서 나는 바로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더 중요한 일, 더 행복한 일, 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저는 금요일 저녁 8시를 추천합니다. 대부분 불안하신 분들은 아무 일도 없는 토요일을 앞두곤 다소 편안해 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때가 불안거리를 돌아볼 좋은 시간이 되겠죠. 다소 마음에 여유가 생길 테니까요. 한번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자리싸움: 금요일 저녁 8시

불안한 분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눈뜨기가 두렵습니다. 하루를 또 어떻게 버텨야 하나 벌써 겁이 납니다. 그리곤 저녁이 되면 걱정에 시달린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힘이 다 빠지게 됩니다. 하루 종일 긴장을 했으니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오질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잠이 빨리 들지 않는 것조차도 또 불안을 일으킵니다. '빨리 잠을 자야 내일 일을 하는데...'라는 생각이 또 나를 누르니까요. 이제 불안을 다루기 시작해야 합니다. 첫걸음으로 불안의 반대 세 단어를 기억하시고, 뭐든지 가능한 것부터 해보기로 하는 겁니다. 특별히 불안과의 자리싸움을 기억하며 금요일 8시로 모든 걱정을 다 미루기로 하고요. 아마 정작 그 시간이 되면 '내가 어떤 고민을 미뤘더라..' 하며 불안한 생각 자체를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까지 불안거리가 남아 있다면, 그땐 그것들을 적어 놓고 파란 볼펜으로 "이렇게 하면 되지 뭐."하고 대응방안을 써보면 됩니다. 처음에 잘 안된다고 해서 염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땅따먹기를 하듯 조금씩 조금씩 불안으로부터 생각의 자리를 되찾으면 됩니다. 그리곤 그 찾아온 자리에 "괜찮아, ____하기로 했잖아"를 채워 넣기로 하고요. 그렇게 금요일 8시는 점점 나를 돌보는 위로의 시간이 되어갈 것입니다. 그 시간이 기다려질 때까지 꾸준히 노력해 보길 바랍니다.



*심각한 불안 증상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정신과 의사를 만나 약물치료를 상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보건복지부 자료를 보고 싶으신 분들은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2016 정신질환 실태조사"를 검색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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