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벽은 어떤 시간인가
글조각 모으기의 첫 주제는 새벽이다. 새벽에 대해서는 하고픈 이야기가 많다. 해가 진 이후의 새벽인지, 해가 뜨기 직전의 새벽인지, 혹은 고요하게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인지, 휘몰아치듯 과제와 시험공부를 해치우는 새벽인지에 따라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수필 쓰기의 첫 시작, 새벽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새벽이 열정의 시간이던 날들이 있다. 시험을 앞두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혹은 과제의 제출일을 앞두고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밤을 새는 일이 잦다. 언제나 미리미리 해보자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지만, 중요한 날들을 앞두고 모든 준비를 마친 경우는 잘 없는 것 같다.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의 일상을 지탱하는 것들이 대단하게 느껴지고, 그토록 최선을 다하게 만드는 동기가 무엇일지 늘 궁금했다. 스스로 제법 열심히 사는 사람이라고 자부했지만, 나의 결심과 의지는 쉽게 사그라들곤 하기에 이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을 갖고 싶었다. 끝내 답을 찾아내지 못했던 내가 할 수 있는건, 남아있는 작은 열정의 씨앗을 붙들고, ‘그래도 해야지’하는 주문을 외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은 쳐야하고, 점수를 다 못받을지라도 과제는 내야하니까, 포기해버릴까 하다가도 그 조금, 아주 조금만이라도 잘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새벽까지 깨어있게 만든다. 그러니까 사실 열정 보다는 아주 조금이라도 잘해보기 위한 처절한 발악에 가깝다. 나는 또 언제나처럼, 다시금 ‘미리미리’를 다짐할 것이다. 또 다시 실패하게 될지라도, 이 남아있는 아주 자그마한 마음, ‘그래도 잘하고 싶다’는 생각에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새벽은 그런 나의 곁에 함께할 것이다.
새벽은 때때로 생각에 침잠하는 시간이 된다. 우울하고 외로운 날이면 잠 못 이루는 새벽을 보낸다. 마음껏 울기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하염없이 글을 써내려가기도 한다. 모두가 잠든 시간, 그 영원할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원없이 우울해하다보면, 어느 새 어스름한 햇빛이 들이치고 눈이 감기기 시작하는 아침이 찾아오고, 그렇게 쪽잠을 자고 일어나면 의외로 괜찮아지는 경우도 많다. 세상일이 이토록 간단하고도 이상한 것이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 새벽이란, 어떤 이상한 결심에 일을 그르칠지도 모르는 시간이고, 별거 아닌 일에도 우울해지기 십상인 시간이기도 하니, 되도록 일찍 자는 것이 정신 건강을 지키는 길일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새벽이 필요한 이유는, 앞서 말한 이상한 세상의 이치 때문이다. 마음 놓고 실컷 울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제정신으로 살아가기도 바쁜 날들 속, 하염없이 생각과 의식 깊숙한 곳으로 침잠할 수 있는 새벽이 좋다.
아침이 오기 직전의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나의 오랜 과제이다. 중학생 때, 집 근처 검도관의 새벽반을 수강하였던 경험이 있다. 눈도 다 못 뜬 채로 죽도를 휘두르지만, 그러면서 몸도 마음도 서서히 깨어나는 감각이 아직 생생하다. 해도 뜨지 않은 어두운 시간에 운동을 시작해, 서서히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이슬 서린 촉촉한 풀내음도, 일찍 일어날 결심이 너무 어렵다는 것만 빼면 새벽 기상은 정말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 된다. 성인이 되고는 무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마다 새벽같이 일어나는 버릇이 있다. 개강 날짜에 맞춰 새벽 요가를 등록해 다니기도 했고, 인턴 첫 출근날에는 너무 떨려 새벽에 기상한 나머지 출근 시간 1시간 반 전에 회사에 도착하기도 했다. 그 시간대의 길거리는 의외로 제법 활발해서, 모두가 이토록 열심히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친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은은한 열정을 느끼게 된다. 다시금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고 싶다. 이른 저녁, 못 다한 일들에 대한 미련 없이 잠자리에 들고, 하루를 조금 더 빨리 시작하며 새벽에만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열정을 함께하고 싶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가 있다. 방탄소년단의 Tomorrow라는 곡인데,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먼 훗날의 넌 지금의 널 절대로 잊지마’라는 가사가 한결같이 좋았다. 이 노래를 처음 들은 중학교 1학년, 아직 세상의 어려움이라곤 모르던 시절이지만 이 문장이 두고두고 힘이 되겠구나를 느꼈고, 학창 시절 내내 그들의 노래 가사는 나를 위로해주었다. 새벽을 보내다보면 그 끝없는 어둠과 고요가 영원할 것만 같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아침은 온다. 좋든 싫든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우리는 최선을 다해, 혹은 그냥 흘러가는대로, 하루를 살아가게 된다. 삶이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새벽과 아침의 연속, 이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오전 두시 반의 새벽이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