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미지 않음에서 우러나는 품격

연재 2화 시간의 언어 초역 채근담

by 이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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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채근담 시간의 언어 두 번째에서는 말하는 바,

완성도 높은 문장이란

기발하고 세련된 표현을 담는 것이 아니고

다만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번 읽어 마음에 스미도록 알맞게 표현할 뿐이라 한다.

또 인품이 훌륭한 사람이란

보통 사람과 특별히 다른 점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저 자신을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갈 따름이라고 말한다.


미국 대통령 버락오바마의 연설은 사람들에게

감명 깊기로 유명하나 그 연설 안에 적힌 단어의

70 퍼센트 초등학교 저학년용의 단어를 사용한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귀에 들리기에 멋있는 단어나

어려운 발음의 단어들이 아니고 가장 기초적이며

모든 사람들이 쉽게 쓰는 단어로 문장을 이어 만들고

문단을 이어 붙여 사람들의 마음에서 멋있게

울리는 글월을 만든다고 하는 것을 보면

초역 채근담의 꾸미지 않음에서 우러나는 품격이

진실로 어떠한 것인지를 알 수 있음이다.


많은 것을 덮고 모든 것을 가리기 위해 크나큰

천막이 필요하다고 백성을 버리고 도망가는

왕이 있어 사람들을 채찍으로 때려도 그 가림이

충분히 있을 리가 만무하지만, 그가 덕으로

사람들과 함께 하였다면 백성이 한 명씩 건네는

무명실 한 올이라도 천명이 모이고 만 명이 모여

건네면 어느덧 두둑한 천막이 생김이 있다.

천막이 없다손쳐도 임금이 이들을 버리고 내가

어찌 피난 갈꼬 하고 백성이 이 임금 없이 내가

어느 나라의 백성으로 인의 장막을 침만 있어도

그는 두툼한 천막이 가려줌이 있을 것이다.


보잘것없고 비루한 것일수록 그것이 모임의

가치와 빛남이 가히 이와 같다.


그럼에 꾸밈으로 더욱 꾸미고 더욱 사치스럽게

자신을 치장하는 사람일수록 검은 속내에서

썩어가는 냄새가 그의 온몸을 휘감고,

가지지 않은 자가 꺼낸 양초 하나가 고혈을

빠는 왕족과 귀족이 자신의 죄를 사하노라

바친 금은보화에 필적할 큰 양초보다 더 오래

석가모니의 앞 전에서 오랫동안 은은하게

빛남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비루하고 부족해 보임은 그의 존재까지 약함을

이야기함이 아니다.

그 모자라고 비루하고 부족해 보임에서도

과감하게 용기 내어 목소리를 내어 한 팔을

옆에 같은 존재에게 걸어 힘을 내고

천지를 진동케 하는 굉음 앞에서도 버팀은

반드시 지리라는 냉정한 예측 속에서도

시대를 넘나들고 국경을 넘나들어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을 지핀다.


까짓 타인의 마음속에 영원한 생명으로 남느니

바로 이렇게 비루하지만 당당하고

모자라지만 협동하며 부족하지만 인동초 같은

모습으로 살아감에서 자연 발화되어 타오른다.


대저, 품격이란 무엇인가?


물은 상선약수의 지혜로 낮은 곳으로 향하며

세상의 가장 하부를 씻겨주고

산은 높디높되 동식물이 움트게 나서 비구름을

막고 물길을 나무의 뿌리로 틀어쥐어 홍수를

막으니 각자의 자리에서 또 우리가 생각지

못함에도 은은하게 우직하게 자신의 일을

하고 있음이 아닌가?


필자는 이것이 품격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자하고 지혜로운 자가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듯이 가장 낮게 가진 자의

발을 씻겨줄 수 있고, 앞서서 비바람을

막고 홍수가 나지 않게 움틀어 쥐며

버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반드시

품격 있는 자 아니랴?


이럼에 꾸밀 시간이 어디 있을꼬?


그저 지금 있는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가진 것 안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그는 반드시 품격 있지 아니하냐고

목청껏 메아리라도 질러 보고 싶은

수요일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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