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두고서야 알게 되는 것

채근담 초역 여덟번째, 사람의 언어

by 이청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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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면, 나뭇가지마다 잎이

모두 떨어져 앙상한 모습만 남는다.

한때 무성하게 자라나 아름다운 꽃과

잎을 피우던 그 나무조차,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영화로운 풍경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이 일시적 아름다움과 허망함을 보며,

사람 또한 마찬가지임을 깨닫는다.


살아 있는 동안 쌓아 올린 재산,

애지중지 키운 자식, 권력과 지위,

그 모든 것이 죽음을 앞두고는

무력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그제야 비로소 뼈저리게 알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은 끝까지 권력과

부귀를 붙들고, 삶의 허상을 쫓는다.

“마지막까지 아등바등해도,

그게 낫지 않은가?” 하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끝이 있으며,

어느 누구도 그 시간을 피할 수 없다.


오솔길을 걷다가 옆 풀밭에서

콧노래를 부르며 두세 백 미터를

눈 감고 지나갈 수 있는 순간도,

만약 발밑이 낭떠러지라면

열 발자국조차 떨며 걷게 된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삶을 관조하는 마음의 눈,

그것으로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우리의 하루를, 나아가 인생 전체를 결정한다.


권력과 재산을 쌓으며

아등바등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면,

눈앞의 풍경은 언제나

허망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세월과 노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우리는 작은 것에서도

즐거움과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


죽음을 직면하며 깨닫는

허망함을 미리 마음에 품고,

오늘 하루를

후회 없이 살아가는 지혜.


그것이야말로 인생의

참다운 준비다.


부귀영화가 사라진 자리에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의 눈으로 세상을 관조하며,

느릿하게 삶을 정리하고 즐길 수 있는

태도야말로 가장 큰 자유다.


하루하루를

홀가분하게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삶의 깊이를 배우고,

작은 순간조차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세상에 천 년 만년

권력과 영화를 누리는 이는 없다.


그 모든 허상은 지나가는 바람과 같을 뿐이다.

그러니 마음의 눈으로 현재를 바라보고,

느리지만 충만하게 준비하며,

삶의 소소한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사람은

언제나 부유하다.


겨울나무처럼 앙상한 순간에도,

우리는 지난 날의 아름다움과

오늘의 충만함을 마음 속에 품고,

미리 지혜롭게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알게 된다.


삶과 죽음, 권력과 부귀,

재산과 가족, 그 모든 허상 뒤에도

오직 우리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느냐가 중요함을.

벼가 익듯, 천천히,

그러나 즐겁게. 충만하게.

오늘이라는 시간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영화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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