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가뿌라 6

마음을 담장 너머로 연재 6탄

by 이청락

여기까지 왔다면
우리는 이미 여러 번
마음을 넘겨보냈다.


슬픔도,
복잡함도,
기쁨마저도

담장 밖으로
힘껏 던져보았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계속 넘기고 나면
도대체
무엇이 남는가.


처음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쥐고 있던 것들을
하나씩 내려놓다 보면

손이 비어버린 느낌.

하지만
그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가벼워진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들고 있었다.

이미 지나간 일,
아직 오지 않은 걱정,
설명되지 않는 감정까지.

그걸 다 쥔 채로
살아가려 했으니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능가뿌라는
비우는 기술이 아니라

본래의 무게로 돌아가는 과정이다.

생각해보면
인생은 원래

쥐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비어 있는 채로 시작한다.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편안함을 느끼는 순간은
무언가를 더 가졌을 때가 아니라

무언가를 내려놓았을 때라는 것.


슬픔을 넘기고 나면
공간이 생긴다.

복잡함을 넘기고 나면
숨이 트인다.

기쁨마저 흘려보내고 나면
집착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 자리에
남는 것이 있다.

조용함.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느껴지는 상태.

쥐고 있지 않아도 괜찮은 상태.


능가뿌라의 끝에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니라

이 고요가 남는다.

그래서
이 연재의 6탄

끝까지 남는 것에 대한 단상의 이 마지막에서

이 말 하나만 남긴다.


인생은
채우는 것이 아니라

흘려보내며
가벼워지는 방향으로 흐른다.

그리고 그 끝에서

우리는 안다.

이제는
굳이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그래서 마지막으로


그래 그래
능가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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