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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tterㅡthanow Oct 17. 2023

무위의 도달을 향한 시작(4)

"자 ~ 선수 입장~ " _ 7월

 앉아서 아이디어 생각하고, 전개하고, 또 정리해서 수업 준비하고, 발표하고, 끝나면 집에 가는 멍한 일상들이 계속해서 반복되면서 입버릇처럼 차라리 빨리 만들고 싶다! 라며 투덜거렸고, 드디어 제작기간이 되었다. 7월에 일주일 동안 의자 5개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처음 만드는 프로세스기도 하고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일주일의 시간을 잡았다. 실수해도 바로 다시 잘라서 쓸 수 있을 만큼의 넉넉한 분량의 나무와 여름 맞이 작업복의 소매를 자르며 작업을 시작할 준비를 마쳤다. 

 

보기만 해도 듬직한 38T 두께의 레드오크 제재목들 

의자 1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나무들이 필요하다. 

등받이 (450 x 160 x 30) 

좌판  (430 x 430 x 20)

뒤쪽 다리 (750 x 30 x 25) x2 

앞쪽 다리 (400 x 30 x 25) x2

가로대 (370 x 30 x 25) x4

가로대 (380 x 30 x 25) x2

좌판 지지 각재 (315 x 30 x25) x2

각재 13개 판재 2개가 작업테이블에 있다면 의자 1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한 번에 5개를 만들기 위해서 위 재료의 5배만큼 준비하면 된다 ㅎㅎ 각재 65개와 판재 10개를 준비했다.


작업계획은 얼추 이러하다.

가재단 > 대패 > 치수 정재단 > 조립 준비 

부분 조립 > 초벌마감 > 최종조립 > 최종마감 


 2미터가 넘는 나무를 내가 필요한 사이즈에 맞춰 대략적으로 자르고 분류한다. 나무의 직각과 평을 위해 대패를 치고 평을 잡는 과정을 대패 기계를 이용한 뒤 길이와 폭을 치수에 맞게 자르고 켜낸다. 조립을 위한 준비로 마름질을 하고 도미노를 뚫어준다. 

여기까지가 하루에서 이틀이 걸렸다.


가재단 > 대패 > 치수 정재단 > 조립 준비 

부분 조립 > 초벌마감 > 최종조립 > 최종마감 


아침부터 오후까지 작업을 하고 다음날 작업을 위해 그날 바로 부분 조립을 해야 했다. 조립이 된 상태에서 또 자르고 도미노를 뚫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계 작업만 해도 이미 진이 다 빠져서 저녁 먹고 좀 쉬다가 진행했다.  

앞쪽, 뒤쪽 중간을 먼저 조립하고 최종 조립을 진행 한 다음 좌판을 조립해 준다.


클램프


여기까지가 4일 정도 걸렸다. 도미노를 1개 넣기 위해서는 2개의 구멍 타공이 필요하다 보니 세 번째 네 번째 날에는 대부분 도미노 뚫고, 조립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클램프로 조립하고, 풀고, 다시 조립했다. 


이렇게 의자 1개가 만들어진다. 

물론 끝은 아니다...


마감에 대해서는 전체 과정에서 각각 차지하는 비중이 다르다.


나무에 남은 톱 자국, 탄 자국들, 본드 등을 사포로 없애주고, 

조립과정에서 발생하는 틈과 단차들을 메꿔주고 정돈해 준다. 그리고 나무의 거친 면들을 사포로 또 갈아주고 사용하기 좋게 날이 선 모서리들을 무디게 해 준다. 


마감이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누군가는 마감에 정말 많은 시간을 쏟고 누군가는 간단하게 마무리하기도 한다. 나무를 플라스틱처럼 곱게 샌딩 하여 마감하는 것도, 결이 느껴지도록 간단하게 샌딩 하여 마무리하는 것도 각자의 취향에 달렸다. 나 같은 경우는 마감쯤에 가면 항상 뒷심이 부족했던 것 같아 조금이라도 더 꼼꼼하게 보려고 노력하기는 한다. 


"이 정도면 됐겠지? 이제 쉬자." 
vs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좀 더 하자"

 

 이렇게 내적갈등이 계속해서 반복되는 게 마감인 것 같다. 직각, 평, 치수와 같이 숫자로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닌 나의 기준에 따라 최종 결정하는 게 정말 어렵다. 

                                                                                                                                                                                                                                                                 

왼쪽이 오일 마감, 오른쪽이 하기 전이다. 

이렇게 첫 의자를 완성했다. 제작에 4~5일, 마감에는 추가로 1개당 하루에서 이틀은 잡아야 할 것 같다. 


7월은 이렇게 의자 5개를 만들고 마무리했다. 자잘한 실수가 있어 나무를 버리기도, 부족해서 급하게 친구에게 나무를 사는 불상사들이 있었지만 잘 마무리했다. 2주에 5개 정도 만들면 적당했다. 


 5일 동안 계속해서 작업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 기대가 컸었고 처음에는 신났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아침에 곡소리를 내면서 일어났다. 게다가 비도 무척 오고 비가 안 오면 무척 더운 그런 날씨의 반복은 더 힘들었다. 에어컨을 틀지만 집진기 때문에 시원한 공기도 먼지와 함께 바깥으로 나가기 때문에 작업복 안쪽은 땀으로 흠뻑 이었다. 정말 매일같이 작업을 하는 모든 분들이 존경스러웠다. 매일 같이 같은 일을 반복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시작부터 제대로 느꼈다. 



 

7월은 5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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