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부터 10월 초까지는 추석 연휴가 있었다. 주말과 대체공휴일을 포함하면 6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고 가만히 앉아서 놀기에는 꽤 긴 시간이었다. 학교에서는 작업을 하기 어려워 친구의 열쇠공방으로 향했고. 공방장님이 아량을 베풀어주신 덕분에 연휴 동안 편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하 다시 한번 감사하다!
목재가 모자라 학교에서 공방으로 직접 지하철로 옮기는 모습... 나 또한 누군가에게 4호선 나무토막 빌런이었을 수도 있겠다.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곳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긴장도 됐고 더욱더 조심했었다. 나중에 열쇠공방을 다닐지, 대학원을 다닐지 고민할 때쯤 좋은 경험이 되었다.
10월 중순쯤 지금까지 만든 의자들을 촬영하는 시간이 있었다.
이 글의 주제인 <무위의 도달을 향한 시작>은 내가 2022년~2023년에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정리한 결과다. 졸업전시를 준비하는 [컨셉튜얼가구디자인] 수업에서 동기들과 교수님과 함께 한 학기 동안 다듬은 뒤, 여름방학 때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11월 셋째 주에 있을 졸업전시에 쓰일 도록에 들어가는 사진들을 촬영하였다. 10월 둘째 주쯤 나는 15개의 의자를 완성했다.
옮기는 것도 일이다!!
최종 보정본
앞선 두 사진은 순수하게 내가 디자인한 의자를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여러 각도에서 찍은 모습과, 쌓을 수 있는 의자임을 사진에 담았다. 마지막 사진은 나의 주제를 담은 사진으로서 과거에 내가 만들었던 의자들과 현재 내가 만들고 있는 의자를 같이 배치했다. 내가 계속해서 제작이란 행위를 반복하고 있음을, 끝을 정해둔 것이 아닌 진행 중임을 보여준다.
촬영 전 2-3일부터 정말 많은 친구들과 함께 밤을 새우고 작품 마감을 위해 힘쓴다. 촬영 당일에도 큰 가구, 작품들의 경우 여러 명이 도와야 카메라 앞까지 옮길 수 있다. 친구들의 도움이 없다면 제작부터 촬영, 전시까지 아마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목공 영상에서 혼자서 만드시는 장인 분들도 계시지만, 가구는 혼자 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빠르고, 깔끔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단순히 누군가를 도와주고 커피 한 잔을 얻어먹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내 가구를 만들 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친구의 작업을 도와주면서 배울 수 있고, 내가 평소에 하지 않는 작업들을 친구의 작업을 통해 경험할 수 있다. 내 작업은 이미 내가 다 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작업으로 알음알음 경험한다면 시간 대비 더 많은 지식을 얻어갈 수 있었다. 혼자 무거운 목재를 옮기고, 조립을 하고 있는 친구를 본다면 평소 친하지 않더라도 먼저 가서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보자. 내 친구들이 내게 베풀었던 호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