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파격 북유럽 영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와 <해시태그 시그네>를 보고

by studiokioki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2021년 개봉작, 영제로는 The Worst Person in the World. 영화를 다 보고 영제를 찾아봤을 때 원작의 제목이 좀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를 이 영화로 이끈 것은 수많은 넷플릭스 영화 중 유치하지만 직관적인 제목이었기에 너무 미워할 수 없는 제목이다. <남자가 사랑할 때>와 같은 느낌의 좀 쉽게 보고 쉽게 웃고 싶은 마음을 기대하며 시청을 시작했다. 배경지식은 아예 없었다.


해시태그 시그네, 2022년 개봉작, Sick of Myself다. 이 영화는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를 다 본 후기를 선임에게 이야기해 주면서 다음 영화로 추천받았다. 두 영화는 북유럽 기반의 오슬로픽쳐스라는 같은 제작팀에서 영화를 제작했고, 이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은 디자인 가구를 중심으로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기에, 친숙한 가구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는 이유로 추천해 주셨다.


1. 북유럽의 회색을 기본으로 하되 톡톡 나타나는 아이디어들

두 영화를 같이 적어두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은 두 영화 모두 미술과 연출에 관해서 매력적으로 느꼈던 것 같다. 흔히들 인테리어-가구에서 말하는 '북유럽 감성'은 이미 너무 많이 들었다. 너무 화려하지 않기에 주변과 잘 묻어나고, 실용적이면서도 특징이 있고... 뭐 그런... 막상 말하려면 애매하게만 느껴졌던 감성이다.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촬영하며 거리를 시원시원하게 담는다. 두 영화들에서는 북유럽의 차가움에서 오는 차분함이 베이스로 간다. 그렇기 때문에 색에 관한 연출이나 화려한 장면을 보여줄 때 그 대비가 더 잘 느껴지는 듯하다.

나는 잔인한 장면을 잘 못 보는데, 한 영화에서는 마약 파티를 하는 장면이, 시그네에서는 출혈 장면과 피부병을 만드는 장면들이 좀 힘든 장면이었음에도, 영화에 그런 연출을 한다는 생각에 감탄하여 용서가 됐던 기억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나의 불호를 덮을 만큼의 호.

MV5BZGEyYzBiYmItZDM4OC00NTdmLWJlYzctODdiM2E2MjZmYTU2XkEyXkFqcGc@._V1_FMjpg_UX1000_.jpg
ems.cHJkLWVtcy1hc3NldHMvbW92aWVzLzQ0ZjVhNzAwLTYyMjYtNDIzNi05NWI1LTFkYTcyNzNiMWNlZC5qcGc=
영제 포스터


2. 여주인공의 미친듯한 행동? 사랑?

율리에는 계속해서 직업을 바꾸면서 불안한 20대 후반이다. 파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연애를 하고, 동거를 하고, 그러다 다시 다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고 달려간다.(이 영화의 명장면 중에 하나로 도시가 멈추고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달려간다. 그 대상이 환승연애 대상인게 너무 웃겼다. 심지어 극 중 배우의 모습이 환승연애 3 창진 씨의 서양버전이라 영화 보는 내내 생각났다.) 그렇게 살다가 또 전 남자 친구가 죽을병에 걸리니 또 굳이 굳이 찾아간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지만 어느 정도 이런 사람임을 알고는 그냥 어이없게 웃으며 봤다.

worst-person-in-the-world-coffee-shop.jpg 북유럽 창진 씨...

시그네는 더한다. 아티스트 남자친구에게 어느 정도 관심을 받고 싶은 결핍을 느끼면서도 질투한다. 그런 캐릭터다. 어떤 이야기든 자기 위주로 흘러가고, 주목받고 싶어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는 느낌. 잘 나가는 매거진과 인터뷰를 하는 남자친구의 모습을 보며, 일부러 피부병을 얻으려고 약을 먹기 시작한다. 얼굴이 붓고 여드름 나는 수준이 아니다. 화상을 입은 것처럼 얼굴에서 난리가 나도 흡족해한다.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모델까지 욕심낸다.

SickOfMyself_Clip3_0_c_Oslo_Pictures_985946ea-c6d6-474f-898c-7788063033e3_2048x2048.jpg?v=1700021825 카멜레온다 소파를 훔치는 모습

- 유명 갤러리들의 집기인 가구를 당당하게 훔치는 도벽이 있는 남자친구

- 시그네가 집에서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자신의 작품은 노출되기 원하지 않는, 견제하는 남자친구의 모습

- 자신의 상처를 무기로 은은하게(격렬하게) 어필하는 시그네의 모습.

- 자신이 주목받지 못하면 초초해하는 시그네.


3. 관심을 원하는 시그네의 모습은 현대사회 그 자체...

우리는 영화 속 인물을 철없는 주인공으로 인식하고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인터넷 속 숫자와 이미지에 집착하는 우리들 모두 그렇다. 시간 대비 빠르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은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다. 아마 그 현상들이 일어나는 곳도 인터넷이지만, 명예와 부의 추월차선 또한 인터넷에 있기에 멀어질 수도 없는 인터넷 공간은 우리의 모든 것이 되어버렸다.


두 영화의 총평을 내리자면 '얘 왜 이래? 근데 영화는 왜 이렇게 아름답지.' 두 생각의 반복이었다.

+ 오슬로 가고싶어잉


다음 리뷰는 아마 더 폴 [The Fall]과 석류의 빛깔을 같이 리뷰할 듯하다. 작년 말 쯤 재개봉한 더 폴을 봤을 때 다시 영화를 영화관에서 보는 재미를 알았고, 다 보고 나서 CG가 아닌 18개국 26개의 로케이션이라는 점에서 웅장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좋은 기억을 남긴채로 최근 CGV에서 석류의 빛깔이라는 영화가 재개봉한다는 글을 봤다. 스틸컷을 봤을 때 되게 더폴이 흠칫 생각났는데, 실제로 댓글에도 그런 의견이 있었고, 홍보 캐치프레이즈에도 '더 폴 타셈싱 감독이 영감을 받은!!' 이라고 적혀있더라. 11월 26일 재개봉한다고 하는데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강한 추억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