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일자리를 뺏기지 않는 방법

최인아『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by 베러윤
우리 회사, 인원 감축한데.


얼마 전,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친구네 회사에서 행정직과 사무직 인원의 30%를 감축한다는 소식이었다. 사유는 명확했다. 바로 'AI에 의한 대체'였다. AI로 대체할 수 있는 부서들의 감축이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AI로 인한 대규모 감축의 기사를 보았을 땐 솔직히 많이 와닿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아직 멀었어.'라는 생각과 대규모 감축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하지만, 현실로 마주한 친구의 소식을 들으며 오래간만에 가슴이 철렁했다. 사실 나 역시 업무 현장에서 동료들과 'AI 없었으며 어쩔 뻔했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요즘이었다.


회의만 해도 이제 AI가 없으면 안 된다. 이전에는 놓치지 말아야 하는 회의가 있으면 녹음을 하고, 내가 적어놓은 노트와 대조해서 다시 들으면서 회의록을 작성했다. 하지만 지금은? 녹음 파일을 제미나이나, 노트북 LM, 릴리즈 AI 와 같은 서비스에 넣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요약은 물론 PPT로 초안까지 만들어준다. 아직은 회사 톤 앤 매너를 맞추기 위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긴 하지만, 작업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이 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료 조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구글이나 네이버에 하나씩 자료를 찾아 정리를 하고, 동료들과 일주일씩 토론하면서 데이터들의 연결고리를 찾아 인사이트를 뽑아냈다. 하지만 지금은 프롬프트 한 줄로, '나 000에 대해 알고 싶어.'라고 입력만 하면 된다. AI가 알아서 최신 자료들을 가지고 오고, 내가 이해하기 쉽게 분류해 준다. 더 나아가 이제는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구조화시켜주기도 하고, 팟캐스트 형태로 만들어줘 이동시간에도 들을 수 있다. 때론 내가 생각지 못한 사각지대도 짚어주며 어떤 것을 더 알아봐야 하는지 역으로 제안해 주는 수준에 이르렀다.


노트북 LM, 왼쪽 스튜디오에서 다양한 결과물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편리함이 커질수록 마음 한 켠에서는 불안함도 스멀스멀 몰려오고 있었다. 동료들끼리 '나 또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단순히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이 아니었다. 내가 AI를 고도화해서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큰 고민이 생기기 시작했다.


AI시대, 나는 어떤 차별점을 가질 수 있을까?


답을 찾아가던 중, 최인아 작가님의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책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작가님은 내가 온라인 대행사에서 일할 시절, 우연히 선릉역 '최인아 책방'을 방문하게 되며 알게 된 분이다.


당시만 해도 대형 서점이 주를 이루던 때였는데, '최인아 책방'은 달랐다. 작가님이 직접 큐레이션 하여 책 한 권 한 권에 담긴 의미를 정성스레 쪽지로 써 제안해 주던 방식이 당시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 공간 특유의 다정함과 깊이 있는 시선이 좋아 나는 종종 그곳을 찾으며 기획자로서의 영감을 얻곤 했다. 지금이야 비슷한 콘셉트의 독립서점들이 많아졌지만, 내 마음속 베스트 3, 서점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그곳을 선택할 만큼 나에겐 오랜 시간 특별한 곳이다.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책은 2년 전 지인에게 소개받아 읽었었다. 직장 생활이 10년 차가 넘어가고, 직장인과 직업인으로 고민을 할 때라 줄을 치고 무릎을 탁 치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AI와 공존하는 오늘 다시 펼친 책에는 예전에 보이지 않던 문장 하나가 날카롭게 내 가슴을 찔렀다.



평균이 위험하다니. 나름 성실하게 '평균 이상'은 해내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나 같은 평범이'들은 어떻게 살라고, 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평균적인 것이 AI로 대체될 수 있는 가장 쉬운 타깃이 되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팩트였다.


AI는 방대한 데이터의 '평균값'을 학습해 가장 그럴듯한 답을 내놓는다. 내가 내놓는 결과물들이 AI가 학습한 데이터들의 '평균'과 같다면, 나의 존재 가치는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평균에 머무는 노동은 가장 먼저 사라질 수밖에. 평균적인 성실함과 적당한 숙련도는 이제 AI가 채워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면 채용조차 하지 않는 냉정한 세상이다. 최근 주니어들의 업무는 AI가 대체한다는 기사를 한 번씩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최안아 작가님이 말한 '세상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가진 것'으로 만드는 비결은 의외로 명쾌하다. 바로 AI가 복제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함을 찾는 것이다.




AI, 젊은 세대가 더 잘 쓸까? 시니어 세대가 더 잘 쓸까?


어제, 한 교수님과 만나 한 시간 정도 AI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교수님은 현장에서 본 흥미로운 관찰 결과 하나를 들려주셨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AI를 더 잘 쓸 것 같지만, 의외로 무엇을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라 헤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정답을 잘 맞혀야 하는 교육 환경에서 자란 탓에 틀린 질문을 던지는 리스크를 극도로 꺼리고, 알고리즘이 주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다 보니 스스로 의문을 품고 이를 문장으로 만드는 근육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반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시니어들은 AI의 학습 알고리즘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하셨다. 그간의 경험을 통해 무엇이 잘못되었고, 해결해야 할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에 AI의 대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사고를 확장하기 위한 '도구'로 명확히 정의하고 탁월한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본인이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이 분명하기에 AI를 능숙하게 리드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AI에게 생각 자체를 맡겨버리는 사람은 도태될 것이고,
AI를 이용해 내 사고의 범위를 넓히는 사람은 살아남게 될 것입니다.

이 말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A I에게 생각의 과정을 통째로 맡기게 된다면 우리는 AI가 내뱉는 '평균적인 결과물'을 검토하는 것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나만의 관점과 비판적 사고라는 인간고유의 능력이 사라지게 될 것이고, 사고의 주도권은 AI에게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




'AI가 내 자리를 빼앗으면 어쩌지?'라는 공포감이 몰려오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공포감 대신에 생각을 바꿔 AI를 이용해야만 한다. 바로 'AI를 활용해 내 사고의 깊이를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란 질문이다. 지금 우리에게는 스스로 실험해 보며 대체 불가능한 영역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1n 년 차, 내가 쌓아온 업무의 숙련도가 그저 AI가 학습한 데이터들의 '평균값'에 머문다면, 나 역시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될 것이다. 기술이 우리를 대신해 '평균적인 답'을 내어주는 시대, 도구를 빠르게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AI 시대에 내가 살아남는 방법은, 사고의 과정을 AI에게 통째로 맡기지 않는 것, 그리고 나만의 관점을 더해 '평균'이상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데 있다. 사고의 주도권을 놓치지 말자.